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혀 전 세계에 충격을 던진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사실 금세기 최고의 신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으며 수많은 책을 저술했던 인물이다.
프랑스 언론은 13일 “베네딕토 16세는 베스트셀러 작가였다”며 갑작스러운 발표였지만 가톨릭 역사에 중대한 족적을 남긴 그가 저술한 많은 책들의 판매량이 당분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으로 재임하는 기간의 빛과 그림자를 다룬 책들이 조만간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지금까지 베네딕토 16세가 저술한 책은 모두 66권이다. 프랑스에서는 30여 권이 출간됐다. 사제인 형 게오르크 라칭거와 함께 쓴 책도 있다.
르피가로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교황의 책은 3권의 시리즈로 돼 있는 ‘나자렛 예수’(사진)로 2000년 전 예수의 일생을 신학적, 역사적으로 깊이 탐색하고 재해석해 32개국에 출간된 밀리언셀러다. 첫 번째는 2007년, 두 번째는 2011년, 세 번째는 2012년에 나왔다.
‘나자렛 예수’는 교황이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 시절부터 틈틈이 쓰기 시작한 것으로 예수의 실체를 둘러싸고 범람하는 주장들을 반박하는 명저로 학계에서는 교황이 내놓은 ‘반(反)다빈치 코드’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교황은 여기서 “예수의 모습을 망가뜨리고 신앙을 허물어뜨리는 최악의 책들이 만들어졌다. 성경 해석은 악마의 도구가 될 수 있다”며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댄 브라운의 스릴러물 ‘다빈치 코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프랑스에서는 권당 가격이 50유로(약 7만3000원)에 이르지만 포켓판 4만 권을 포함해 20만6000권이나 팔렸다. 1권이 가장 많이 팔렸고, 2, 3권은 각각 6만 권씩 판매됐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베네딕토 16세가 쓴 책들이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약 50만 권이 팔린 것으로 출판계는 추정했다.
교황의 사임 선언으로 1월 말 프랑스에서 발간된 에두아르 브라세의 소설 ‘마지막 교황’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병으로 죽어가는 교황과 차기 교황으로 유력한 추기경 등이 등장하는 가운데 로마 교황청을 둘러싼 권력 암투와 음모를 그린 스릴러물이다.
브라세 씨는 교황의 사임 발표 뒤 언론 인터뷰에서 “내 책에서 교황은 죽기 일보 직전에 이르지만 사임하지는 않는다”면서 “2011년에 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는데 2012년 5월 바티리크스 스캔들이 터지면서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은 오히려 픽션을 뛰어넘기도 한다. 왜냐하면 교황은 건강 때문에 사임하겠다고 밝혔지만 나는 교황이 개혁의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교황과 교황청에 대해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제작자와 감독들의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6월부터 정치 스릴러 영화 ‘바티칸’을 촬영하려던 제작자 자비에 카스타노와 로랑 에르비에 감독은 시나리오와 촬영 일정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고 르피가로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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