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현 기자의 망연자실]엘비스 분장의 파라오… 웨버의 유쾌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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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9일 03시 00분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 ★★★☆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라스베이거스 쇼를 흉내내는 이집트의 파라오(조남희). 그 아래 여성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요셉의 이야기속으로 어린이들을 안내하는 해설자(김선경). 라이브앤컴퍼니 제공
뮤지컬 ‘요셉 어메이징’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라스베이거스 쇼를 흉내내는 이집트의 파라오(조남희). 그 아래 여성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요셉의 이야기속으로 어린이들을 안내하는 해설자(김선경). 라이브앤컴퍼니 제공
기독교 성경에 신약과 구약이 있듯이 뮤지컬의 황금콤비 앤드루 웨버(작곡)와 팀 라이스(작사)에게도 그에 해당하는 작품이 있다. 신약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라면 구약은 14일 샤롯데씨어터에서 정식 라이선스 공연으로 첫선을 보이는 ‘요셉 어메이징’이다.

축약한 영어제목만 보면 ‘놀라운 요셉’쯤 될 이 작품의 원제는 꽤 길다. ‘요셉 앤드 디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코트’(Joseph and the Amazing Technicolor Dreamcoat). 우리말로 ‘요셉과 놀라운 천연색 꿈의 외투’에 해당하는 이 작품은 웨버-라이스 콤비의 첫 발표작이다. 1968년 스무 살 웨버와 스물넷 라이스가 15분짜리 맛보기로 첫선을 보였던 작품이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요셉의 이야기를 초등학생 어린이를 위한 극중극 형식으로 극화한 이 작품은 뒤늦게 빛을 봤다. 3년 뒤인 1971년 웨버-라이스 콤비의 첫 히트작 ‘지저스…’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다시 주목을 받아 1982년 대극장뮤지컬로 제작됐다.

‘요셉…’이 구약의 주인공을 다뤘고 ‘지저스…’가 신약의 주인공 예수를 다뤘다는 점만으로 두 작품을 쌍둥이라는 게 아니다. ‘요셉…’이 ‘지저스…’가 보여준 현대적 유머감각을 한껏 선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셉…’에선 고대 이집트의 수도가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향 멤피스와 이름이 같다는 점에 착안해 파라오(조남희)가 등장하는 무대를 마치 라스베이거스의 엘비스 쇼처럼 그려낸다. 특히 파라오가 자신의 매력을 과시할 때 윤복희의 ‘여러분’ 가사를 인용해 애드리브를 치는 장면이 일품이다.

요셉(조성모)이 감옥에 갇혀 부르는 ‘모든 문이 닫혔네’는 ‘지저스…’에서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겟세마네 동산을 오를 때 부르는 ‘겟세마네’를 떠올리게 한다. 컨트리, 블루스, 로큰롤, 팝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은 재기가 넘친다. 특히 공연 내내 들려오는 ‘언젠가는 꿈이 이뤄지네’는 강렬한 중독성을 지녔다.

하지만 약관의 웨버-라이스는 예수설화의 예고편으로서 요셉설화의 진가를 살짝 엿보긴 했지만 핵심을 꿰뚫진 못했다. 요셉은 기독교 성경을 관통하는 ‘길 잃은 한 마리의 양’을 대표한다. 그는 이스라엘 민족의 아버지로 불리는 야곱의 열두 아들 중에서 낭중지추(囊中之錐)의 비범함을 지녔다는 이유로 ‘왕따’가 돼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가지만 결국 형제들이 모두 우러러보는 ‘왕 중 왕’에 가까운 존재가 된다.

그런 맥락에서 여자 해설자(김선경)가 초등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극중극 형식의 이 뮤지컬의 방점은 이런 집단따돌림에 대한 죄의식에 찍혀야 한다. 하지만 ‘요셉…’은 이를 간과한 채 이야기 자체의 유희에만 빠져버렸다. 이 뮤지컬이 아쉽게도 클래식 반열에 오르지 못한 2%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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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셉 역으로 송창의 정동하 임시완, 해설자 역으로 최정원 리사, 파라오 역으로 이정용 김장섭이 번갈아 출연한다. 4월 11일까지. 7만∼13만 원. 1644-0078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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