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원회(국편)의 ‘대한민국사’ 편찬 사업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직된 대한민국사편찬위원회(편찬위)는 20일 회의를 열고 더이상 편찬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이태진 국편 위원장에게 전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대한민국사 편찬을 포기할 수 없다”며 “논란을 감안해 계획을 일부 수정해서라도 사업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편은 2011년 초부터 한국 현대사를 다룬 ‘대한민국사’ 편찬을 비공개로 진행했으며 2015년까지 6억 원을 들여 △대한민국 임시정부기 △광복 직후와 6·25 △1950년대 △1960, 70년대 △1980년대 이후로 구성된 시대사 5권과 분류사 5권 등 총 10권을 펴낼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말 편찬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편찬위원이 지나치게 좌편향됐다” “대한민국의 정사(正史)를 당대에 쓰는 것은 옳지 않다” “박근혜 정부에서 박정희 시대의 역사를 균형 있게 서술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날 회의에는 편찬위원장을 맡은 김희곤 안동대 교수와 편찬위원인 신욱희 서울대 교수가 참석했다. 국편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학문 외적인 영향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편찬위를 계속 유지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곧 편찬위원들의 동의를 받아 이 위원장에게 (사퇴 의견을 담은) 정식 문건을 전달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편찬위는 두 교수 외에 정병준 이화여대 교수,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 홍성욱 서울대 교수, 이상철 성공회대 교수, 허은 고려대 교수로 구성돼 있다.
이 위원장은 “편찬 중단은 편찬위의 의견일 뿐”이라며 새 편찬위를 꾸려서라도 편찬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또 “대한민국사 편찬을 없던 일로 하는 것은 사명감을 버리는 일이며, 국가기관이 논란에 부닥쳤다고 해서 포기하면 (권위에) 막심한 손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논란을 감안해 편찬 계획을 일부 수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5권으로 된 시대사의 비중을 줄이고 과학사 경제사 대중문화사 등 분류사의 비중을 늘리거나 자료모음집을 만드는 식으로 수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광복 후 산업화 민주화 등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 정작 역사학계에서는 줄기를 잡는 현대사 서술이 없었다”며 “그동안 모은 자료를 토대로 학술적 목적의 역사서를 쓰려는 것이지 ‘대한민국 정사’라는 용어로 불리는 것은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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