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토 베르디’ 시리즈 중 오페라 ‘도적떼(군도)’의 한 장면. 1847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남자들의 거친 이야기, 폭력적인 장면으로 인기가 그리 오래 지속되진 못했다. 유니텔클래식스 제공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명사 주세페 베르디(1813∼1901)의 탄생 200주년. 그러나 극장에서 만나는 베르디는 좁은 레퍼토리에 머물러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해 오르는 작품을 보아도 ‘중기 3거작’으로 불리는 인기작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일 트로바토레’ 외에는 ‘돈 카를로’ ‘팔스타프’가 전부다. 초기작인 ‘나부코’ ‘포스카리 가문의 두 사람’이 1980년대 서울에서 공연됐던 데 비해도 후퇴한 결과다.
그러나 실망은 잠깐, 거실에서 풀HD 화질과 서라운드 음향으로 베르디의 오페라 26곡 전부를 만날 수 있다. 클래식 영상물 제작사 유니텔클래식스가 ‘C메이저’ 레이블로 내놓은 블루레이 전집 ‘투토 베르디’(베르디의 모든 것)시리즈다. ‘오페라적 교회음악’으로 불리는 레퀴엠(장송미사곡)을 포함해 전 27개 타이틀로 구성됐으며 DVD로도 발매됐다. 2005∼2012년 실황을 담은 것으로 이 중 20장이 베르디의 고향 부세토 주변 최대 오페라극장인 파르마 레조 극장에서 공연됐다. 국내 제작사인 아울로스미디어는 전 타이틀에 한국어 자막도 입혔다. 27장 모두를 꼼꼼히 들여다본 음악 칼럼니스트 이종선 씨와 함께 전집에서 전해지는 베르디의 매력을 점검했다. 이 씨는 전집 전체의 자막 번역도 맡았다.
풀HD 화질과 서라운드 음향으로 베르디 오페라 26곡 전곡과 레퀴엠을 담은 ‘투토 베르디’ 시리즈. 유니텔클래식스 제공 ○ 알려지지 않았던 ‘숨겨진 보석’은?
천하의 베르디도 비인기작은 비인기작인 이유가 있는 법. 그러나 전집을 감상한 결과 공연 빈도에서 최악으로 꼽히는 초기작 ‘알치라’ ‘해적’ ‘레냐노의 전투’도 매력이 느껴졌다. ‘해적’에서 하렘 장면의 이국적인 분위기나 전투 장면의 박력이 눈길을 끈다. ○ 전집에서 눈에 띄는 주역 가수는?
단연 바리톤 레오 누치. ‘리골레토’의 타이틀 롤을 비롯해 7개 작품에 출연했는데, 원숙기의 농익은 노래도 노래거니와 군주의 위엄, 아버지의 사랑, 죄의식에 사로잡힌 악당 등 각 배역의 전형과도 같은 연기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테너로는 ‘일 트로바토레’의 만리코를 비롯해 두 개 배역을 노래한 마르셀로 알바레스, 소프라노로는 ‘운명의 힘’ 주역 레오노라를 위시해 네 개 작품에 출연한 디미트라 테오도시우스가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한 ‘수훈갑’으로 꼽을 만했다. 신인급으로는 ‘포스카리…’에서 루크레치아 역으로 풍성한 성량을 자랑한 소프라노 타티아나 세르얀이 가장 인상적. ○ 눈에 띄는 연출은?
만토바 공작의 난잡한 호색 파티를 적나라하게(?) 연출한 ‘리골레토’, 그라피티(예술적 낙서)로 가득한 뒷골목을 배경으로 현대 마피아들의 암투를 묘사한 듯한 ‘도적떼(군도)’가 인상에 남는다. ○ 눈에 띄는 무대장치와 비주얼은?
전집에 포함된 각 프로덕션들은 사실적이고 전통적인 무대들이 주를 이룬다. 그 결과 오히려 ‘스티펠리오’의 간결한 무대 미술이 돋보였다. 화려하고도 장대한 스케일을 살려낸 ‘가면무도회’, 작품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밝고 화사한 색채를 선보인 ‘팔스타프’도 A+.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배경으로 사용한 ‘롬바르디아인들’, 부조가 새겨진 큐빅 덩어리를 적절히 쌓아올려 각 장면에 어울리는 무대를 연출한 ‘운명의 힘’도 기억에 남았다.
전집 73만 원(온라인 가격 기준). 낱장은 블루레이 4만6800원, DVD 3만9000원. 02-922-2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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