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통통… 목탁소리에 미움이 스르륵

  • Array
  • 입력 2013년 2월 23일 03시 00분


◇신기한 목탁소리/한승원 글·김성희 그림/32쪽·1만2800원·보림

보림 제공
보림 제공
이 책은 ‘한결 같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다. 마음만큼 알 수 없는 것도 없다. 김광섭 시인은 마음을 두고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이라고 했다. 소설가 한승원이 손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잔잔한 동화에 담았다.

어느 큰 절에 노(老)스님이 있었다. 귀가 깜깜절벽인데다 글자를 몰라서 경전을 읽지 못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작업실에서 말없이 목탁을 깎았다. 절에서 재를 지내느라 소란스러워도, 초파일이라 색색의 등이 환하게 빛나도 그저 목탁을 깎고 다듬을 뿐이었다. 스님이 쉬지 않고 일해도 한 달에 목탁 하나를 겨우 만들었다.

그 목탁 소리가 어찌나 그윽한지 다른 스님들이 너도나도 갖고 싶어 했다. 목탁 소리에 마음이 맑고 향기로워지는 것 같았다. 언제부터인가 놀라운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 목탁 소리를 들으면 도둑 마음도, 남을 미워하는 마음도 사라진다고. 목탁 주문이 쏟아지자 재무 담당 스님은 매달 세 개씩 만들라고 재촉했지만 노스님은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여느 때와 다름이 없다. 목탁을 만들 때 스님의 얼굴에는 환한 꽃이 핀다.

나뭇결이 살아 있는 따스한 목판화에 절집 풍경과 온화한 노스님의 얼굴이 담겼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무 냄새와 목탁 소리가 피어오르는 것 같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