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런던 패션위크]버버리, 런웨이 패션 주문 받고… ‘장인솜씨’ 영상도 주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8일 03시 00분


런던 패션위크서 빛난 ‘디지털 소통’

18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있는 버버리의 플래그십 매장에서 많은 사람이 버버리 프로섬의 2013 가을·겨울 패션쇼를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다. 버버리는 고객들이 실제 패션쇼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 매장에 의자를 비치했다. 버버리 제공
18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 있는 버버리의 플래그십 매장에서 많은 사람이 버버리 프로섬의 2013 가을·겨울 패션쇼를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다. 버버리는 고객들이 실제 패션쇼 현장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 위해 매장에 의자를 비치했다. 버버리 제공
18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가을겨울 패션위크가 한창인 이날 리젠트 스트리트에 있는 버버리의 플래그십 매장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이들은 매장 안의 거대한 화면 앞에 섰다.

곧이어 화면에는 로맨틱하고 여성스러운 트렌치코트를 입은 모델들이 나타났다. 다양한 디자인의 무늬와 소재, 독특한 형태의 핸드백도 등장했다. 같은 시간 런던 켄싱턴가든에서 열린 ‘버버리 프로섬’의 2013년 가을겨울 패션쇼가 화면에서 생중계된 것이다.

‘트렌치 키스’를 테마로 진행된 버버리 프로섬의 가을겨울 패션쇼는 버버리의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됐다. 한국에 있는 고객들에게는 생중계를 안내하는 e메일이 발송됐다. ‘한국 시간으로 19일 오전 1시 버버리의 패션쇼를 관람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생중계 영상창이 링크된 e메일이었다.

런던 패션위크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톡톡 튀는 디자이너, 오래된 전통이 뒤섞여 있다. 한 때 뉴욕에도 밀리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실험을 기다리는 많은 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패션위크가 됐다.

아이폰으로 스캔하면 제품 정보가 뜨는 ‘스마트 개인 맞춤 서비스’. 버버리 제공
아이폰으로 스캔하면 제품 정보가 뜨는 ‘스마트 개인 맞춤 서비스’. 버버리 제공
올해에 특히 화제가 된 것은 패션과 디지털의 만남이었다. 소수를 위한 고급 패션을 앞세우던 패션하우스들이 적극적으로 디지털을 통해 고객에게 다가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패션하우스 중에 가장 먼저 혁신적인 디지털 정책을 도입한 버버리는 올해에도 ‘스마트 개인 맞춤 서비스(Smart Personalisation)’을 시도해 화제를 모았다.

디지털 생중계의 선두 주자

사실 버버리 같은 대형 브랜드의 패션쇼는 아무나 들어가기 어렵다. 관람석의 맨 앞줄을 뜻하는 ‘프런트 로’에는 세계적인 배우들과 패션업계 유명인사들이 가득 차 있다. 실제 옷을 사는 고객들은 한 시즌이 지나서야 매장에서 컬렉션 의상을 접할 수 있었다.

버버리는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주목했다. 패션쇼를 각종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생중계한다면 패션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과 실제 옷을 사는 고객들이 실시간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위크를 소수 유명인사가 아닌 고객을 위한 소통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생각의 전환이었다.

이에 따라 버버리는 2010년부터 현재까지 열린 15번의 쇼 생중계를 버버리 홈페이지(www.burberry.com)뿐 아니라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에서도 진행했다. 업계 최초로 패션위크 온라인 생중계를 시도한 것이다. 최근에는 많은 패션하우스가 온라인 생중계를 시작했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로 통했다.

2011년 가을겨울 여성 패션쇼 당시에는 클릭 한 번으로 런던 패션위크 현장에 갓 등장한 옷을 바로 주문할 수 있는 버버리의 ‘런웨이 투 리얼리티’ 서비스가 화제를 모았다. 이는 말 그대로 방금 런웨이를 걸었던 모델이 입고 걸친 제품을 주문하고 살 수 있는 서비스다. 매장에 있는 디지털 스크린이나 홈페이지에서 쇼를 보고 제품을 주문하면 6∼8주 안에 제품이 배송된다.

이 또한 파격적인 시도로 통한다. 일반적으로 쇼가 끝나고 6개월 뒤에야 그 시즌의 의상을 매장에서 볼 수 있었던 통상적인 유통 스케줄을 깨뜨렸기 때문이다. 다른 패션하우스들은 1, 2월에 진행되는 가을겨울 패션쇼가 끝나면 그해 9월에야 매장에 옷이 들어온다. 하지만 런웨이 투 리얼리티 서비스를 이용하면 지금 당장 켄싱턴가든 런웨이 위의 제품을 주문할 수 있게 된다.

똑똑한 개인 맞춤 서비스

버버리는 런웨이 투 리얼리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올해 처음으로 ‘스마트 개인 맞춤 서비스’를 선보였다.

‘스마트 개인 맞춤’은 이번 시즌 모든 아우터 웨어(재킷 및 코트류)와 가방을 주문한 제품에 고객의 이름을 제품 명판에 새겨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이 제품에 부착된 칩(주문 고객만을 위한 고유의 버버리 카드)을 통해 아이패드나 아이폰 등 터치스크린 전자기기에 제품을 스캔하면 화면에 제품에 담긴 장인정신과 디자인 영상, 런웨이 모습 등이 나온다.

제작된 제품을 빨리 받아보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나만을 위한 고유의 제품이 제작되는 과정을 직접 접할 수 있게 함으로써 고객과 브랜드의 소통을 더욱 긴밀하게 하기 위한 서비스다. ‘스마트 개인 맞춤’으로 제작된 제품은 매장 안의 전자태그(RFID)가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아직 런던의 리젠트 스트리트 버버리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클릭 한 번으로 스마트 개인 맞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3월 3일까지 버버리 홈페이지에서 생중계로 본 가을겨울 버버리 프로섬의 제품을 주문할 수 있는 것. 제품은 주문 후 8, 9주 내에 배송된다.

버버리 관계자는 “그동안 공개해 왔던 디지털 쇼와 홀로그램 런웨이, 소셜미디어의 적극적인 활용은 럭셔리 브랜드의 성공적인 디지털 마케팅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며 “157년의 역사와 전통을 혁신적인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고객과 긴밀히 소통해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렌치코트의 벨트와 단추 등 세세한 부분까지 고르다 보면 1200만 개의 디자인 조합이 탄생한다. 버버리 제공
트렌치코트의 벨트와 단추 등 세세한 부분까지 고르다 보면 1200만 개의 디자인 조합이 탄생한다. 버버리 제공
▼ 伊서 만드는 男슈트, 주문 5일내 서울에 ▼

버버리의 ‘광속 맞춤 서비스’

맞춤 서비스도 혁신적인 유통시스템과 만나 진화하고 있다. 버버리의 맞춤서비스는 독특한 점이 있다. 남성 테일러링 슈트는 이탈리아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되지만 빠르면 4, 5일 안에 완성된 옷을 받을 수 있다.

버버리의 트렌치코트 맞춤 서비스도 다른 브랜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별한 서비스다. 소재뿐 아니라 사소한 단추 하나까지 모두 선택할 수 있다. 1200만 개가 넘는 다양한 조합 가운데 나만의 트렌치를 직접 디자인해 주문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상상력을 활용해 버버리를 대표하는 클래식한 더블브레스트(단추가 두 줄로 달린 것)의 트렌치코트에서 벗어나, 개성 있는 나만의 아이템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런던의 리젠트 스트리트에 위치한 버버리 매장에서는 매장 내 트렌치 맞춤 제작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나만의 트렌치코트를 주문 할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 소재와 디자인에 따라 약간의 배송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개 주문 후 8주 안에 받아 볼 수 있다.

남성들을 위한 브리티시 정통 슈트 맞춤 제작 서비스는 각 매장에 있는 테일러링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이 전체 테일러링 슈트 컬렉션을 소개하고 고객에게 맞는 최상의 제품을 선정해 준다. 매장 내에 비치돼 있는 40여 개가 넘는 다양한 소재 샘플을 통해 3가지 실루엣(슬림, 모던, 클래식)을 선택할 수 있다.

소재와 슈트의 실루엣을 선택하면 48시간 안에 매장으로 슈트가 도착한다. 이후 매장의 테일러링 전문가가 고객의 몸에 맞게 피팅을 해준다. 맞춤 서비스 특성상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여겨지지만 버버리의 테일러링 슈트 맞춤 제작은 빠른 유통이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로 꼽힌다. 빠른 스케줄에도 결점 없는 슈트 피팅을 위해 수선은 2, 3일 안에 진행된다.

세계 70여 개 매장에 150여 명의 테일러링 전문가가 남성 슈트 맞춤 제작을 도와주기 위해 상주해 있으며 100여 명의 테일러링 장인이 버버리 슈트를 제작한다. 버버리의 모든 슈트는 런던에서 디자인되며, 이탈리아에서 ‘핸드 메이드’로 제작된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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