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c]튀는 컬러패션으로 ‘간지男’ 매료시켜… 검은색 잘 안써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8일 03시 00분


남성복의 뉴리더 서은길 ‘길 옴므’ 디자이너

유명 연예인들이 즐겨 입는 ‘길 옴므’의 서은길 디자이너는 최근 현대홈쇼핑과 손잡고 보다 대중적인 새브랜드 ‘gil by 서은길’ 론칭을 준비 중이다. 그는 “디자이너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보다 많은 이들이 편하고 즐겁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 제공
유명 연예인들이 즐겨 입는 ‘길 옴므’의 서은길 디자이너는 최근 현대홈쇼핑과 손잡고 보다 대중적인 새브랜드 ‘gil by 서은길’ 론칭을 준비 중이다. 그는 “디자이너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보다 많은 이들이 편하고 즐겁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현대홈쇼핑 제공
소지섭, 이민호, 장근석, 송중기, 유승호…. 이른바 ‘간지’ 넘치는 이들 톱스타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남성미를 세련되게 살려주면서도 과감한 컬러로 시선을 사로잡는 룩을 즐겨 착용한다는 점이다. 이 제품의 대부분은 서은길 디자이너의 남성복 브랜드 ‘길 옴므(G.I.L Homme)’ 의상이다. 길 옴므는 포멀한 남성복의 기품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남성복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튀는 배색으로 존재감을 살려준 덕에 셀러브리티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톱스타들이 즐겨 찾는 스타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길 옴므 매장을 찾아가봤다.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의 숍이 채 문을 열지 않아 거리가 한산했지만 이곳은 오픈 준비로 분주했다. 서 디자이너는 “촬영 일정이 빡빡한 연예인들이 주로 매장을 찾기 때문에 오전 9∼10시에 문을 열고 준비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매장에 걸린 옷들은 ‘컬러를 잘 쓰는 디자이너’란 명성대로 남성복임에도 다채로운 컬러감을 뽐내고 있었다. 이곳을 즐겨 찾는 단골 중엔 누구나 알 만한 사람도 많다. 그는 “소지섭 씨는 공식행사 외에도 개인적으로 입을 옷을 자주 맞추고 간다. 남성복만 팔지만 중성적인 느낌을 살린 옷이 많아서 그런지 이승연 씨 등 빅사이즈 스타일을 찾는 여자 연예인들도 자주 들르는 편”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그는 여성복을 만들었던 시간이 더 길다. 1993년부터 한섬의 ‘마인’ ‘시스템’, 태성 ‘스톰’ 등에서 디자이너 생활을 한 뒤 2005년 길 옴므를 론칭했다. 그는 남성복을 만들면서도 블랙 대신 다양한 색을 즐겨 쓰는데, 이는 여성복을 만들며 컬러감, 코디네이션 훈련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점이 그를 독특한 개성을 가진 남성복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하게 했다는 평가다. 서 디자이너는 “이곳은 코디네이터들이 광고 등 급한 촬영으로 컬러 문제에 부딪힐 때 가장 먼저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라며 웃어보였다.

여성복을 만들 때도 바지 등 일부 아이템을 직접 입어보면서 착용감을 확인했던 그는 남성복을 만들며 훨씬 더 즐거움을 느낀다고 했다. “남성복은 직접 피팅해볼 수도 있고 불편할 경우 쉽게 수정할 수도 있지요. 아무런 구애 없이 좀더 자유롭게 옷을 만들 수 있다는 즐거움 때문에 제 브랜드를 론칭할 때 남성복으로 특화했습니다.”

홈쇼핑서 곧 본격 마케팅

하지만 그의 의상은 주로 유명인들을 대상으로 비싼 값에 판매돼 왔기 때문에 일반인이 접하기는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줄곧 ‘내가 만든 옷을 많은 이가 입고 즐겨줬으면 좋겠다’는 꿈을 갖고 있던 그는 이런 이유에서 3월 2일 현대홈쇼핑과 손잡고 새 브랜드인 ‘gil by 서은길’의 첫 선을 보인다. 홈쇼핑에서 남성복 디자이너 브랜드를 론칭하는 것은 처음이다. 물론 주요 소비층이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해 여성복 비중도 절반 정도는 가져갈 예정이다.

서 디자이너는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는 그대로 살리면서도 보다 많은 사람이 입을 수 있도록 기존의 길 옴므와는 차별화했다”며 “조금 더 톤 다운된 옷, 인체에 거슬리지 않는 편안함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착한 가격이란 그냥 싼 게 아니라 좋은 소재와 질을 유지하면서도 마진을 줄인 것”이라며 “가죽 제품도 합리적인 40만 원대로 가격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저가 이미지가 강한 기존 홈쇼핑 제품과 비교하면 아직도 비싼 편이지만 그는 “소비자들의 수준이 이미 많이 높아졌다”며 “유니크함이 없는 밋밋한 제품으론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없다”고 말했다.

서 디자이너는 최근 패션 트렌드의 핵심을 ‘트랜스폼(Transform)’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디자이너들이 아무리 ‘이게 트렌드다’라고 해도 사람들이 따라오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실제로 어떤 옷을 많이 찾는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이 날씨다. 2∼3년 전부터 변화무쌍해진 날씨에 적절히 적응하면서 때에 따라 변형할 수 있는 옷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같은 옷이라도 추워서 깃을 올렸을 때 스포티해지고 깃을 내렸을 때는 포멀한 정장이 되는 식으로 표정이 다양한 옷을 선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

“홈쇼핑을 통해 컬렉션을 선보이는 것은 디자이너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좀더 많은 사람이 제 옷을 입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표정을 가진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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