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극장을 둘러싼 ‘얼음’이 녹고 성악가들이 기지개를 켜는 3월. 이탈리아 오페라 역사를 대표하는 두 거장의 마지막 오페라가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국립오페라단은 3월 21∼2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가 80세에 발표한 ‘팔스타프’를 공연한다. 수지오페라단은 3월 29∼31일 같은 장소에서 푸치니의 유작 ‘투란도트’를 무대에 올린다. ‘팔스타프’는 11월 솔오페라단이, ‘투란도트’는 베세토오페라단이 10월 30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할 예정이어서 봄가을에 걸쳐 ‘마지막 오페라 대전’이 펼쳐지는 셈이다. 한편 국립오페라단은 베르디와 함께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바그너의 마지막 오페라 ‘파르지팔’을 10월 1일부터 같은 공간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 베르디 만년의 변신 ‘팔스타프’
‘팔스타프’는 장중한 비극에 장기가 있었던 베르디가 최후에 과감히 희극으로 몸을 틀어 성공을 거둔 기념비적 역작이다. 셰익스피어의 ‘윈저의 유쾌한 아낙네들’이 원작이다. 주인공은 늙은 술꾼 존 팔스타프(원작에선 폴스타프). 연애도 하고 돈도 뜯어내보자는 심산으로 동네 유부녀 여럿에게 수작을 걸지만, 아낙네들은 꾀를 내 그를 망신 준다는 줄거리다. ‘유럽판 배비장전’이라 할 만하다.
이탈리아 루카 질리오 극장 예술감독인 불가리아 출신의 줄리안 코바체프가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오스트리아 요제프 극장 감독을 지낸 헬무트 로너가 연출을 맡는다. 영국 로열오페라극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바리톤 앤서니 마이클스무어와 안양대 교수인 바리톤 한명원이 타이틀 롤을 맡는다.
오페라 평론가 유형종 씨는 “마이클스무어는 유럽에서 팔스타프 역으로 인정을 받아왔으며, 한명원도 팔스타프에 적합한 색깔을 갖춘 성악가”라며 “팔스타프는 주역 한두 명의 기량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가수의 앙상블에 초점이 맞춰진 작품이므로 전체 배역진의 안정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1, 22일 오후 7시 반, 23, 24일 오후 3시. 1만∼15만 원. 02-586-5282 ○ 작곡가도, 주인공도 목숨 건 ‘투란도트’
‘투란도트’는 칼라프 왕자의 아리아 ‘잠들지 말라’의 인기에 힘입어 전 세계에 많은 팬을 지닌 작품. 심리적 서정극에 익숙했던 푸치니가 베르디 또는 바그너풍의 ‘영웅 오페라’에 도전해 성공을 거뒀지만 그의 체력을 소진시켜 유작이 됐다. 반란으로 쫓겨나 중국 베이징으로 도망쳐온 티무르 왕과 왕자 칼라프, 시녀 류. 칼라프는 중국 황제의 공주 투란도트의 아름다움에 홀려 목숨을 건 도박을 펼치는데….
수지오페라단 측은 “성악진, 합창단, 연기자, 오케스트라까지 250여 명이 펼쳐내는 보기 힘든 대규모 무대가 될 것”이라며 “중국 전통 공예와 마임까지 곁들여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나폴리, 베네치아, 피렌체의 주요 오페라극장에서 지휘를 펼쳐온 잠파올로 비산티가 지휘봉을 들고 이탈리아 베르가모 도니체티 극장 예술감독 프란체스코 벨로토가 연출을 맡는다. 출연진은 슬라브세(勢)가 뚜렷하다.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주역 가수이자 2005년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 투란도트로 출연한 벨로루시 출신 이리나 고르데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세우 극장에서 같은 배역을 맡은 우크라이나 소프라노 안나 샤파진스카야가 나란히 타이틀 롤을 맡는다.
시녀 류 역에는 몰도바인 소프라노 타티야나 리스닉과 성신여대 교수인 박지현이 출연한다. 칼라프 역의 이탈리아 테너 발터 프라카로는 올 1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이 역을 맡았다.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 칼라프 역을 맡았던 안토니오 인테리자노가 같은 배역으로 출연한다. 29, 30일 오후 7시 반, 31일 오후 5시. 1만∼23만 원. 02-542-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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