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보다 더 먼 어딘가로 가려는 꿈을 자주 꾸었다. 그곳은 실제의 거리감도 마음의 거리감도 모두 적당한 곳이면 했다.
얼마나 그만한 곳을 찾았을까. 마침내 나는 본능으로 미끄러지듯, 불 붙은 종이를 막을 수 없듯이 ‘삿포로’라는 이름의 애인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 그곳은 푸르렀고 또 눈부셨다.
사람들은 자주 삿포로를 찾는 나에게 묻기도 했다.
“왜 삿포로인가요?”
나는 대답했다.
“만약 길고 긴 소설을 쓰고 싶을 때, 삿포로는 나에게 근사한 첫 문장을 안겨줄 것 같거든요.”
겨울이면 나의 마음은 늘 삿포로를 향해 두었다. 눈을 채우고 가슴을 채우고, 그러다보면 이상하게도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마음 놓고 찾아가서 푹 안겨도 좋을 곳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삿포로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어떤 사람인가요?”
나는 대답한다.
“나를 절대 불안하게 하지 않을, 그런 사람이요.”
어느 카페 구석지에 앉아 가져온 일들을 들추고, 나무 위에서 갑작스레 떨어지는 눈덩이처럼 나에게 들이닥친 몇 줄의 시들을 적어나가는 것. 그러기에 삿포로의 기운은, 충분히 자극적이며 안성맞춤이다. 그곳은 어느새 익숙해지는 속도와 함께 편했고, 어느새 꽤 묵직한 향수(鄕愁)를 쌓을 수도 있었다. 아마도 그곳이 ‘나’라는 사람과 닮았다는 이상한 교감 같은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삿포로에 있을 때만 내가 나에게 닿아 있다는 느낌, 그곳에서 내가 살아갈 큰 힘을 구걸할 수 있다는 느낌들. 그 모두가 나에겐 기쁨이다.
그곳에 다시 왔다. 불안정하게 흔들렸던 ‘나’를 잠시 멈추고 ‘공기’를 주입하러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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