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시인(66)이 시집 ‘못의 사회학’(문학수첩·사진)을 최근 펴냈다. 1992년 ‘못에 관한 명상’으로 시작해 ‘등신불 시편’(2001년) ‘못의 귀향’(2009년)으로 이어진 못에 관한 네 번째 연작 시집이다. 그는 왜 못에 천착하는 걸까.
시인은 1960년대 초 중학생 때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 그는 한 수녀의 교리 공부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단다. 못을 박고 그 못을 뺀 수녀는 “다른 사람의 가슴에 못을 박을 일을 하지 마라”라고 했다는 것. 못은 빠졌지만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그가 받은 세례명은 교부 철학자이자 사상가로 유명한 아우구스티노(아우구스티누스). 시인이기도 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다른 친구들은 대천사 미카엘 같은 ‘멋진’ 세례명을 받았는데 저는 고작 시인이라서 속이 상했지요. 그런데 방학 때 일기를 썼는데 나중에 보니 시 같더군요. 그렇게 못과 시가 제 가슴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시집에 담은 못 연작시는 15편이지만 “넓게 보면 시집에 담은 모든 시가 못의 시”라고 시인은 말한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 모두가 못 박힌 사람들이라는 게 그의 지론.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의 피해는 이렇게 그려진다.
‘나쁜 조련사일수록 일급이 되는/삼성 동물원과 LG 동물원/배상도 적고, 잡혀도 잠깐 사는 솜방망이 처벌/빼곡이 철창에 가둔 불공정 독점 계약/사는 게 별거냐고//죽어야만 빠져나갈 수 있는/을만 죽는 을사(乙死)조약’(시 ‘우리 시대의 동물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펴낸 문학수첩의 대표였던 김 시인은 맏딸 김은경 씨에게 1일자로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줬다. “이젠 술이나 먹어야지”라며 그는 호탈하게 웃었다. 2년 내에 일본군 위안부처럼 역사적 사건으로 못 박힌 사람들의 얘기를 담은 시집을 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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