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책장을 펴면 ‘독자 권리 장전’이란 소제목이 먼저 눈에 띈다. ‘양심과 사상의 자유라는 인간 기본권의 밑바닥에는 책을 읽을 자유와 권리가 깔려 있다. 독서할 권리, 그것은 양도할 수 없고 박탈할 수도 없는 신성불가침한 인간의 기본권이다.’
그냥 책을 읽으면 되지, 무슨 기본권까지 운운하나 싶었다. 하지만 저자가 나열한 권리장전의 17개 항목을 꼼꼼히 읽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언제 어디서나 책을 읽을 권리를 마련하라’(1항 책을 읽을 권리), ‘강요와 강압에 의한 독서는 안 된다’(2항 책을 읽지 않을 권리), ‘베스트셀러만 권유해서는 안 된다’(9항 많은 사람이 읽는 책을 읽지 않을 권리) 등….
저자는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사회학 박사 과정을 마친 뒤 서울과 파리를 넘나들며 인문사회 관련 서적을 펴내고 있다. 독서에 대한 그의 진지한 성찰을 살펴보면 자신의 독서 습관을 되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선택이 아닌 의무로 묵직하게 다가온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한동안 멀어졌던 독서에 대한 마음을 다잡는 데 이만큼 유혹적인 책이 없을 듯하다.
책인시공(冊人時空).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이라고 풀이한 책의 제목대로 저자는 책 자체가 아닌 책을 읽는 행위에 집중한다. 책을 읽기 좋은 장소나 시간, 책과 가까워지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를테면 종이책과 전자책 가운데 선택은 어떤가. 저자는 아날로그적 체취가 남는 종이책의 손을 들어 준다. 세월과 함께 누렇게 변하는 책, 그 안에 적은 빛바랜 낙서가 주는 나와 책의 역사성. 책은 시각이 아니라 촉각과 후각으로도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종이책의 입체적 책 읽기를 전자책이 따라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가운데 3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평균 독서 권수는 9.9권으로 한 달에 한 권이 채 안 된다. 독서의 중요성은 익히 알지만 “시간이 없다”며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습관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꼬집는다.
배우이자 소설가로도 데뷔한 차인표는 부엌과 화장실, 침실 등 집안 곳곳에 책을 두고 틈날 때마다 책을 읽는다고 저자는 전한다. 가벼운 문고본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도 한 방법. 일정 시간을 정하는 것도 좋다. 점심 후 자투리 시간도 좋고, 출퇴근 지하철 안도 좋다. 바쁜 하루를 보냈다면 자기 전 30분만이라도 책장을 펴는 것도 좋다. 중요한 것은 책을 자주 접해 책장을 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떨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중반을 넘기면서 저자가 경험한 인물이나 장소 얘기로 흘러 힘이 빠지는 느낌이다. “집에 책이 넘치면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면 된다”는 해법 같지 않은 해법은 소개하지 않는 편이 나은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손에 잡히는 아무 책이나 읽고 싶게 된다. 습관은 인생을 바꾼다. 이제 당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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