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1999년 은을 대량 수매해 주식 투자에 뒤지지 않는 수익을 올렸다. 금융투자회사인 로저스홀딩스의 짐 로저스 회장은 2011년 “결국 화폐전쟁의 승자는 실물이며, 금과 은 중에서 택하라면 은을 사겠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은은 가격변동이 커서 시세차익 역시 크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은을 귀금속의 하나 아니면 금의 대체재로만 여긴다. 하지만 부의 원천으로서 은은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경영 컨설턴트인 중국인 저자는 한때 전 세계 은을 쓸어 모았던 명나라 때부터 국부(國富)의 원천이 금과 은에서 달러나 파운드화로 전환한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은을 중심으로 한 세계 패권 전쟁의 흐름을 짚었다.
명나라는 비단, 차, 도자기 등을 유럽에 팔고 그 대가로 전 세계 은을 쓸어 담았다. 신대륙 발견으로 은 공급량이 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국제교역에서 썩지 않는 은을 선호하게 됐기 때문이다. 16∼18세기경 라틴아메리카의 은 생산량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했다. 이 은의 3분의 1 이상이 중국에 유입됐다.
산업혁명을 통해 부강해진 서구열강은 중국의 막대한 은 보유량에 눈독을 들였다. 아편전쟁도 그 연장선상에서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1911년 중국에서 신해혁명이 일어나자 미국은 은 수매 법안을 발표했다. 세계의 은이 모여든 상하이는 일시적 호황을 누렸지만 은의 국외 유출로 결국 거품으로 끝났다.
은이 흥망을 이끈 다른 나라의 사례도 담겼다. 스페인은 식민지에서 약탈한 은으로 유럽을 제패했다. 하지만 은이 투기의 대상이 되며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었고 사치성 소비사회로 전락했다. 하얗기만 한 은(백은)에 얽힌 다채로운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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