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11일 월요일 캘리포니아 같은 텍사스 햇살. 카우보이를 찾아서. 트랙 #49 Pantera ‘Cowboys from Hell’(1990년)
냉철하기 짝이 없는 나도 한때 누군가에게 미쳐 본 적이 있다. 샤이니가 데뷔하기 몇 년쯤 전인가. 오늘처럼 화창한 오후의 캠퍼스. 어중간하게 기른 머리 아래로 검정 티셔츠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기타 가방을 멘 채 등교하는 이가 나일 확률은 그 캠퍼스에서 10분의 1쯤은 됐다.
상표도 없는 그 티셔츠의 등짝에 ‘스트롱거 댄 올(stronger than all)’이란 문구가 쓰여 있다면 그 확률은 1분의 1이 됐다. 그들의 노래 가사 중 한 대목이다. 다른 가사 한 토막은 훗날 내 e메일 주소가 됐다. 머리 긴 그 청년의 이어폰에선 신경질적인 스타카토의 헤비메탈 기타 반복악절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그들은 미국 텍사스 출신의 4인조 메탈 밴드 판테라였다.
메탈리카가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할 무렵 그들은 내 맘에 들어왔다. 저음과 고음이 극단적으로 강조된 음향. 광포한 보컬. 화려한 파워코드(록 기타에서 화성 저음부의 1도와 5도, 또는 1도 5도 8도를 연주하는 주법)보다는 블루스 기본 음계인 펜타토닉을 활용해 싱글노트(단음·單音) 위주로 짚어가는 원초적인 연주. ‘우리는 아래(텍사스) 출신이야. 우리가 제일 강하니 닥치고 비켜’라는 내용 위주의 가사. 무엇 하나 맘에 안 드는 게 없었다.
2001년 첫 내한공연에서의 우중(雨中) 기타 솔로, 2004년 기타리스트 다임백 대럴의 요절. 환희와 절망을 오간 팬심(fan心)의 롤러코스터가 글 따위로 표현될까.
이런 생각에 잠길 때쯤 ‘툭’, 정지 버튼이 눌리고 음악이 중단된다. 빨래를 개던 어머니의 판테라에 대한 음악적 평가가 나온다. “말세는 말세여….”
어쨌든 말세는 지났다. 21세기다. 예상치 못하게 기자가 돼버린 나는 이제 난생처음 미국 텍사스 땅을 밟았다. 판테라와 스티비 레이 본, 블루스의 고향. 12일부터 열리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뮤직 페스티벌에서 나는 제2의 판테라를 찾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일단 f(x)부터 찾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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