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 수집 명성 여승구 씨, 소장품 10만점 중 엄선한 1800여점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3일 03시 00분


서울 화봉갤러리 6개월간 전시

‘책으로 보는 단군 오천년’에 전시되는 ‘신궁건축지’에 실린 단군의 초상. 화봉갤러리 제공
‘책으로 보는 단군 오천년’에 전시되는 ‘신궁건축지’에 실린 단군의 초상. 화봉갤러리 제공
서울 종로구 관훈동에 있는 화봉갤러리는 그리 화려한 전시장은 아니다. 인사동 언저리 백상빌딩 지하 1층에 자리한 갤러리는 문패를 꼼꼼히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눈 밝게 찾아간 관람객이라면 엄청난 소장 유물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고서 수집으로 명성 높은 여승구 화봉문고 대표(79)가 출판사 창립 50주년을 맞아 이달부터 본인의 컬렉션 10만여 점을 총망라하는 장기 특별전 ‘한국의 고서 1∼6’을 개최했다. 3월 ‘책으로 보는 단군 오천년’을 시작으로 △한국의 고활자(4월) △한국 문학작품 산책(5월) △한국 교과서의 역사(6월) △고문서 이야기(7월) △무속사상, 불경·성경·도교·동학 자료(8월)를 6개월 동안 6회에 걸쳐 진행한다. 전시마다 소장품 가운데 엄선한 고서 및 자료 300여 점을 공개할 계획이다.

전시회 포문을 여는 ‘책으로 보는 단군 오천년’은 제목 그대로 단군부터 반만년 이어진 한반도 역사가 담긴 고서들을 만날 수 있다. 단군 기록이 최초로 등장하는 ‘삼국유사’ 가운데 국보 306-2호로 지정된 정덕본(正德本)과 같은 판본의 일부와 단군 역사를 언급한 조선시대 고서 ‘동국사략’ ‘응제시’ ‘동사찬요’도 전시된다. 일제강점기에 편찬된 ‘신궁건축지’에서는 최초로 인쇄된 단군 그림이 실려 있다.

이후 역사를 다룬 고서에서도 눈여겨볼 전시품이 많다. 여 대표가 처음 공개하는 ‘좌명공신녹권’ 필사본은 조선 태종이 제2차 왕자의 난을 평정한 뒤 자신을 도운 공신 47명을 선정해 포상한 기록을 담은 문서다. 지금까지는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 중인 보물 제1469호 ‘마천록 좌명공신녹권’(장흥마씨중앙종회 소유)이 유일본으로 알려져 왔다. 이순신 장군의 유고집 ‘이충무공전서’와 순조의 관서지역 시찰기인 ‘서순행일기’, 죽산 조봉암의 친필서명 정치논집도 놓치면 아쉽다.

‘정조대왕 마니아’로 유명한 그가 소장한 정조 시절 간행 서책도 빼놓을 수 없다. 정조가 경서에 담긴 좋은 문장을 직접 골랐다는 ‘어정제권(御定諸圈)’은 일반에 처음 공개하는 희귀본이다. 정조의 수택본(手澤本)인 ‘어제천자문서’,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며 세운 묘(廟·경모궁)와 묘(墓·영우원)에 대한 의식 절차를 담은 ‘궁원의’도 전시했다. 여 대표는 “언젠가 국립고서박물관이 세워지면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02-737-0057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여승구 씨#화봉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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