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데이비드 콕스 총괄 디렉터는 “싱글몰트를 마실 때는 상온의 물을 약간 섞은 뒤 2분 정도 시간을 두고 향을 먼저 즐기라”고 말했다. 맥캘란 제공
위스키 브랜드 ‘맥캘란’에서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콕스 씨(50)는 전 세계를 누비며 ‘싱글몰트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본고장인 스코틀랜드를 벗어나 1990년대 후반 유럽에 알려지기 시작한 싱글몰트(한 증류소에서 나온 몰트위스키)는 아시아 시장에 자리 잡은 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콕스 씨에 따르면 7, 8년 전부터 아시아 지역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현재 맥캘란이 가장 주목하는 시장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다. 그는 이를 “새로운 드링커 세대의 등장”으로 설명했다.
“1990년대 후반 젊은이들은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술을 찾기 시작했어요. 이들은 첨단 전자기기 사용에 익숙하고 경제력이 있으며 외국 생활에 익숙하죠. 쉽게 접할 수 없고 뿌리 깊은 역사의 진짜(genuine) 제품을 찾다 보니 싱글몰트에 빠져든 게 아닐까요.”
그가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은 싱글몰트의 희귀하고 고급스러운 특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맥캘란은 2005년부터 세계적인 크리스털 제조업체인 랄리크와 손잡고 ‘랄리크 한정판’을 내고 있다. 동시에 맥캘란은 브랜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랄리크 한정판 판매금 전액은 개발도상국에 안전한 식수를 제공하는 자선단체 ‘채리티 워터’에 기부하고 있다.
콕스 씨는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블렌디드 위스키가 많이 팔리고 있다”며 “하지만 싱글몰트의 희귀함을 꾸준히 알리면 뭔가 다른 개념의 술에 목마른 소비자층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콕스 씨는 매년 한국을 찾고 있다. 그는 1975년 겨울에도 한국을 찾은 바 있다. 첫 직장인 일본 도쿄에서 잠시 휴가를 얻어 서울 도심의 한 호텔에 묵었다. 콕스 씨는 “재래시장처럼 도심에서도 바깥에 물건을 내놓고 팔며 적극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싱글몰트는 한곳의 증류소에서 만든 몰트위스키 원액만 가지고 생산된다. 맥아(엿기름)를 분쇄해 뜨거운 물에서 맥즙을 만든 후 발효과정을 거쳐 만든 증류액을 오크통에 넣고 숙성시킨다. 좋은 보리와 물이 기본적으로 우수해야 하지만 막 증류된 원액을 숙성시킬 오크통이 싱글몰트의 질을 좌우한다. 나무를 키우고 고르는 것부터 오크통을 만들고 원액을 숙성시키는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장인, 즉 ‘위스키 메이커’의 역할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맥캘란은 1984년부터 함께 활동해온 밥 달가노 씨를 수석 위스키 메이커로 두고 있다. 위스키 메이커는 오크통에서 숙성된 수백 개의 샘플 중 최고만 골라내야 하기 때문에 후각이 예민해야 한다. 콕스 씨는 “맥캘란이 절대로 잃고 싶지 않은 사람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싱글몰트의 품질을 좌우하는 마지막 ‘신의 한 수’가 있다. 그는 ‘에인절(angel·천사)’이라고 표현했다.
“지금 최고 품질의 싱글몰트를 만들었다고 해서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지 장담하기 힘듭니다. 한 세대에서 이뤄낸 맛의 품질은 영원하게 고정되는 게 아닙니다. 그 시대에 이뤄낸 것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고 그렇게 쌓인 시간과 경험의 힘이 싱글몰트의 마지막 품질을 결정짓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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