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제라블 ‘브링 힘 홈’ 천번 불렀더니 ‘삑사리’ 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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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1일 03시 00분


‘장발장’ 정성화가 말하는 내 인생 바꾼 4번의 뮤지컬

다음 달 6일 서울공연에 들어가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한국어 공연의 장발장 역을 맡은 정성화는 “70여 회 지방공연을 거치며 한층 완성된 장발장을 보여줄 자신이 생겼다”며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신 분도 공연을 보시면 영화가 담아낼 수 없는 라이브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다음 달 6일 서울공연에 들어가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한국어 공연의 장발장 역을 맡은 정성화는 “70여 회 지방공연을 거치며 한층 완성된 장발장을 보여줄 자신이 생겼다”며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신 분도 공연을 보시면 영화가 담아낼 수 없는 라이브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금까지 뮤지컬을 하면서 무대에선 한 번도 삑사리(음이탈) 낸 적이 없었는데 ‘레미제라블’에서 그걸 다 말아먹고 있습니다. 용인 대구 부산 공연으로 70여 회를 무대에 섰는데 한 20회 가까이 삑사리를 낸 것 같아요.”

뮤지컬 ‘레미제라블’ 한국어 공연의 서울 입성을 앞둔 ‘정발장’ 정성화(38)는 이런 실수담을 꺼내면서도 유쾌하기 그지없었다. “저만 그런 줄 알고 엄청 고민했는데 해외의 유명한 장발장들도 그 때문에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용기백배했습니다. 그래도 갈수록 좋아져서 최근엔 거의 없어졌으니 서울공연 많이 기대해주세요.”

지난해 ‘레미제라블’ 한국어 공연 캐스팅을 발표하면서 장발장 역으로 정성화가 단독 발탁됐을 때 뮤지컬계도 놀랐다.

실제 장발장은 한 옥타브 낮은 C음부터 한 옥타브 높은 B#음까지 세 옥타브의 음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장발장 배역은 테너가 맡는다. 정성화는 중고생 시절 성가대 중창반을 할 때 베이스였고, 뮤지컬 배우가 된 뒤에도 바리톤 음역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1994년 SBS 공채 개그맨 3기로 출발한 그가 한국 뮤지컬 최고의 배우로 올라서는 과정은 장발장의 인생 역정만큼 극적인 근면성실의 연속이다. 그 터닝 포인트가 된 네 편의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었다.

첫 터닝 포인트는 2005년 초연된 ‘I Love You’. 1996년부터 이런 저런 뮤지컬에 출연해왔던 그에게 뮤지컬의 참맛을 알려준 첫 작품이었다.

“그 전까지 제가 받았던 환호가 주로 여중생들의 박장대소였다면 첫 공연이 끝나고 받았던 박수와 탄성은 어른들이 제 존재감을 인정해 주는 그런 묵직함이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완벽하게 뮤지컬 배우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두 번째는 천하의 조승우와 돈키호테 역으로 맞대결한 ‘맨 오브 라만차’(2007년)였다. 당초 산초 판자 역을 제의받았던 그는 문득 ‘돈키호테 역도 잘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에 오디션을 자처했다고 한다.

“미친 듯 연습하고 오디션에서 ‘임파서블 드림’(돈키호테의 테마곡)을 부르다 대차게 삑사리를 냈죠. ‘아, 안 되겠구나’ 했는데 “다시 한 번 불러보라”고 하더군요. 두 번째엔 제대로 부르자 심사위원들이 긴급회의를 하더니 무려 8시간에 걸친 오디션 끝에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같은 배역을 조승우 씨가 맡는다는 이야기는 그 다음에 들었습니다. ‘아 인생 참 버라이어티해서 좋네’라고 생각하고 연습 때도 갑옷 차림에 창까지 들고 다녔더니 조승우 씨가 고개를 가로젓더군요.”

세 번째는 창작뮤지컬 ‘영웅’(2009년)이었다. “안중근 역이라는 말을 듣고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제 이미지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는 이 작품에 출연하면서 생전 처음으로 보이스코치에게서 전문적 발성교육을 받고 한 옥타브 높은 A음까지 낼 수 있는 하이 바리톤이 됐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정성화(왼쪽).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정성화(왼쪽).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마지막은 ‘레미제라블’. “나이 마흔을 앞두고 뮤지컬 배우로서 저 자신의 기본을 다지기 위해서 무조건 출연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곡이 ‘브링 힘 홈’(집으로)이었는데 이번에도 삑사리를 내고 말았죠. 눈앞이 캄캄해졌는데 ‘다시 한 번 불러보라’는 복음이 또 들려오는 거예요. 한 달간 다섯 차례의 오디션 끝에 최종 후보 3명이 남았는데 딱 하나 저만 뽑더군요.”

원 캐스트는 또 다른 중압감이었다. 그래서 자청해 레미제라블 제작사가 있는 영국 런던으로 달려가 한 달간 특별레슨을 받고 몸무게도 3kg이나 늘렸다. 하지만 실제 공연에 들어가자 삑사리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방법은 하나뿐이었어요. 무식하게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것. 실제 ‘브링 힘 홈’은 한 1000번, ‘죄수 24601’ 할 때 하이B음을 내야 하는 마지막 ‘1’도 900번쯤 연습하니까 해결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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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부터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무기한 공연. 5만∼13만 원. 02-547-5694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레미제라블#정발장#정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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