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전쟁을 알아야 한다/크리스 헤지스 지음/황현덕 옮김
196쪽·1만2000원/수린재
죽음은 두렵다. 살해는 끔찍하다. 전쟁은 이들의 ‘종합선물세트’다.
전쟁이 자신에게서 최대한 멀리 있기를 사람들은 보통 바란다. 실제로도 그런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늘도 10대들은 1인칭 컴퓨터 게임으로 전장을 경험하고, 주말 극장가엔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전쟁영화가 개봉하며, 뉴스는 불길한 전운(戰雲)을 끊임없이 안방에 전한다.
책의 저자는 15년간 뉴욕타임스의 종군 특파원으로서 세계 50여 개국의 분쟁지역을 발로 뛰며 취재했다. 그는 여러 차례 구속되고 총상을 입으면서 실제의 전쟁과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전쟁이 너무 다르다는 사실을 체험하고는 이 책을 쓰기로 작정했다. 자신의 경험에 더해 실전에 참여한 전현직 군인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자료를 참고해 전쟁의 진실에 다가갔다.
책은 전쟁-참전-부상-대량살상무기-실전-포로-전사-전후의 8개 장으로 구성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문답 형식으로 쓰였다. 질문과 답 모두 짧고 명료하고 현실적이다. 그래서 더 통렬하다. ‘전쟁이란 무엇인가’를 필두로 ‘총에 맞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탄환이 방탄복을 뚫을 수 있는가’ ‘지뢰를 밟으면 어떻게 되는가’ ‘실제 교전 상황이 비디오 게임 같이 느껴지는가’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어떤 기분인가’ ‘전투에서 기꺼이 목숨을 걸게 되는가’ ‘고문에 견딜 수 있는가’ ‘죽는 순간에는 어떤 기분이 되는가’ ‘내가 참전한 전쟁의 전쟁기념비가 워싱턴DC에 세워지는가’까지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이 그대로 책의 내용이다. 간결체와 건조체의 짤막한 문장들은 전쟁을 생생하게 묘사한 픽션이나 서사시보다 날카롭게 오감을 파고들고 매캐한 탄약 냄새를 전한다.
딱딱하게 서술된 이 책이 1차적으로 전하는 건 전쟁에 대한 지식이다. 궁극적으로 건네는 건 참혹한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의 메시지다. 저자는 서문에 이렇게 썼다.
‘피를 빨아들이는 신(神)인 전쟁은 우리에게 젊은이들을 희생시키라고 요구한다. 그 희생을 경계하라. 두려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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