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유혹]원두의 맛과 향… 커피, 뜨거운 시장전쟁 불 붙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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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시장 매년 20%씩 성장… 커피업계 차별화 상품 선봬

쟈뎅 커피휘엘 제공
쟈뎅 커피휘엘 제공
언제부터였을까. 길에서 ‘다방’이라는 간판보다 커피 전문점의 간판을 만나기가 더 쉬워졌다. 10, 20대들은 이제 도서관 대신 커피 전문점에서 과제를 하고, 직장인들은 회식 때 2차로 술 대신 커피를 즐기기 시작했다.

커피 전문점 한켠에서 우아하게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60대의 모습도 이제는 익숙하다. 마트 진열대에는 ‘원두의 향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설명이 붙은 제품이 예전보다 넓은 공간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성향이 변하면서 기업들의 제품 혁신도 잇따르고 있다. 재료나 콘셉트를 차별화한 제품들이 쏟아지면서 다양한 입맛을 가진 소비자의 선택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매년 20%씩 성장


우리나라의 커피시장 규모는 최근 5년간 매년 20%가량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AC닐슨에 따르면 우리나라 커피시장 규모는 2007년 1조5580억여 원에서 지난해 4조1300억 원(추정치)으로 2.5배 넘게 커졌다.

가파른 성장세를 주도한 것은 커피 전문점과 RTD(Ready To Drink·바로 마실 수 있도록 포장한 음료) 커피다. RTD 커피 시장은 2007년 2860억여 원에서 2012년 1조400억여 원으로, 커피 전문점 시장 규모는 2007년 4360억여 원에서 5년 만에 1조5800억여 원까지 성장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커피 시장을 주도한 것은 인스턴트커피, 그중에서도 이른바 ‘봉지 커피’로 불리는 커피믹스였다. 커피 따로, 프림 따로, 설탕 따로 섞어가며 귀찮게 만들지 않아도 간편하게 ‘황금비율’의 커피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았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1990년대 들어 정수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간편함이 매력적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990년대 후반 ‘프렌치카페’ ‘레쓰비’ 같은 RTD 커피도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커피 전문점이 커피 열풍의 바통을 이어 받았다. 스타벅스 같은 해외 유수의 커피 전문점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된장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시장규모는 매년 상승 일변도였다.

2011년부터는 RTD 커피 분야의 성장이 눈에 띈다. AC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RTD 분야의 성장률은 17.9%로 커피 전문점의 성장률인 14.4%보다 높았다.

이는 많은 식품 업체들이 커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티백 녹차처럼 뜨거운 물과 함께 바로 즐길 수 있는 원두커피 믹스 제품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제대로 된 ‘콘셉트’ 갖춘 제품 쏟아져


2012년 이후 한국 커피 시장은 백중세다. 2007년 우리나라의 커피시장 규모는 인스턴트커피가 절반 이상(53.7%)을 차지한 가운데 커피 전문점(27.9%) RTD 커피(18.4%)가 뒤따라오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5년 만에 판도가 바뀌었다.

커피전문점이 38.2%로 인스턴트커피(36.6%)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가운데 RTD 커피가 25.2%를 차지했다. 세 분야의 격차가 좁혀진 것이다.

각 업체들은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팔도에서 지난해 말 출시한 ‘산타페 더치’는 이런 경향을 잘 보여준다. 차가운 물을 천천히 흘려 만드는 더치커피는 뛰어난 맛을 자랑해 커피 마니아들이 주로 즐기는 종류의 커피로 알려져 있다. 평범한 제품으로는 승부수를 띄우기 어려워진 것이다.

인스턴트커피는 원두를 미세하게 갈아 넣는 것이 ‘공식’처럼 자리 잡았다. 롯데칠성음료의 ‘칸타타’, 동서식품의 ‘카누’에는 기존의 커피파우더와 함께 미세하게 분쇄한 원두가루가 들어갔다. 브라질 등에서 들여온 질 좋은 원두를 이용한 고급화 전략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RTD 커피는 커피 전문점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빙그레는 열처리 시간을 단축해 커피 본연의 맛을 살릴 수 있는 ‘아셉시스-무균시스템’을 적용한 ‘아카페라’를 2008년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칸타타’를 캔커피 외에도 무균페트, 컵, 파우치 등 다양한 용기에 담아 출시하고 있다.

건강이나 웰빙 이슈를 반영한 제품도 늘고 있다. 남양유업은 유가공 사업 경험을 살려 2010년 말 크리머 포함 성분인 카세인나트륨 대신 무지방 우유를 넣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선보였다. 농심이 1월 내놓은 ‘강글리오 커피’는 모유, 녹용 등에 들어 있는 성분인 강글리오사이드를 재료로 사용한 독특한 콘셉트의 제품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커피 전문점, RTD, 인스턴트 분야에서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업계에서는 커피 본연의 맛을 찾는 소비자를 공략하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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