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남양유업은 시장 진출 전 3년간 꼼꼼히 사전 시장 조사를 했다. 후발주자로서 기존 커피믹스 업체들을 단숨에 따라잡을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에서 어떤 점을 아쉬워하는지 알아야 했다.
시장 조사 결과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크리머에 대한 개선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냈다. ‘커피믹스에 포함된 ‘프림’을 먹고 찐 살은 지구를 일곱 바퀴 돌아도 빠지지 않는다’는 식의 괴담이 공공연히 나도는 것도, 크리머 개선에 대한 소비자 욕구를 반영한다고 판단했다.
남양유업은 특히 크리머 제조 시 첨가하는 합성첨가물 카제인나트륨에 주목했다.
커피 크리머는 93%의 식품 원료와 7%의 합성첨가물 원료로 이뤄져 있는데 이 7% 중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카제인나트륨이다. 카제인나트륨은 우유 대신 사용됐다. 우유는 성분이 복잡하고 보존이 어려워 크리머에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카제인나트륨은 식물성기름 성분인 크리머를 물에 잘 녹게 하는 역할도 한다.
남양유업은 유가공업에서 반세기 동안 쌓아온 전문성을 발휘해 이 카제인나트륨 대신 진짜 우유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1년여의 연구 기간을 거쳐 무지방 우유를 미세 입자로 만들어 물에 잘 녹일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해냈다. 카제인 첨가물 대신 진짜 무지방 우유를 넣은 크리머로 특허도 획득했다.
이렇게 탄생한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는 커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회사 관계자들도 예상치 못할 정도의 결과였다. 출시 6개월 만에 대형마트 판매 점유율에서 네슬레를 제치고 2위로 뛰어오르면서 30년 가까이 별 변화 없이 유지되던 국내 커피믹스 시장을 새롭게 재편한 것이다.
남양유업은 1800억 원을 투자해 전남 나주에 커피 전용공장을 지을 계획이라고 지난해 밝혔다. 나주시 금천면에 있는 10만5600m²(약 3만2000평) 부지에 세워지는 이 공장은 올해 10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 금액 1800억 원은 남양유업으로서는 5년 치 영업이익에 맞먹을 정도의 금액이다. 그만큼 앞으로 커피 사업에 역점을 두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남양유업 측은 커피 전용 공장 완공 이후 커피믹스 제품 수출 규모도 넓혀 나갈 예정이다. 특히 중국 미주 러시아 등으로 인스턴트커피 수출이 활력을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인도 등의 거대시장은 아직 커피 문화의 미개척 분야로 남아 있어 우리나라 업체들의 수출 전망이 밝은 상황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커피믹스인 카페믹스는 맛과 휴대성, 간편성뿐 아니라 100%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는 등 품질에 있어서도 세계 커피 전문가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며 “하나의 커피 문화로 커피믹스를 알릴 경우 해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특히 남양유업은 기존의 외국계 기업들과 달리 토종 기업이라 해외 시장 진출에 제약이 없다는 점도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김웅 남양유업 대표는 “올해 안에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로 커피믹스 분야에서 점유울 30%를 달성하고 해외 판로도 적극적으로 개척해 글로벌 커피 전문기업으로서의 위용을 떨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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