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동아일보 컬처] 이지현의 아주 쉬운 예술 이야기… 햇빛이 필요한 당신을 위해! 조르주 쇠라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 우먼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25일 15시 05분


▲ 쇠라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1884~86년, 캔버스에 유채, 207.5×308cm,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 쇠라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1884~86년, 캔버스에 유채, 207.5×308cm,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건강검진을 받고 온 친구가 비타민D 부족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합니다. 바람과 햇빛이 차단되어 쾌적함을 유지하는 건물 덕에 얻게 된 현대인의 증상, 바로 비타민D 부족이죠. 등에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합성된다고 하는데, 우리 모두의 것이자 공짜인 햇빛을 누릴 여유가 없다는 게 참 안타깝죠?

자, 피부로 흡수되는 햇빛은 아니지만 마음으로 듬뿍 받아들일 수 있는 햇살을 느껴보세요. 위의 그림은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입니다. 그랑드 자트섬은 세느강 안의 기다란 섬으로, 1884년 당시 파리 사람들의 휴양처였다고 합니다. 가로 3미터, 세로 2미터에 이르는 이 거대한 작품은 반짝이는 햇빛, 영롱한 채광이 인상적입니다. 한 번 보면 뇌리에 쏙 박히는 강렬한 그림이죠.

그림 속에는 배 타는 사람, 강을 보는 사람 등 40명이 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신기하게도 모두 정지된 부동 상태입니다. 그래서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정지 화면 속에 나 홀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시간이 멈춰진 찰나를 보듯, 그래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한없이 조용하고 고요합니다. 스마트폰도 헤드폰도 없던 시기, 이들은 이 시간 속 이곳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공증인’이라 불릴 정도로 반듯한 성품의 쇠라
쇠라는 수 없이 많은 점을 찍어 색감을 표현하는 ‘점묘법’으로 유명하죠. 이 작품의 햇살이 이토록 눈부신 것도 캔버스 위에 색을 칠하지 않고 관람자의 눈에서 색이 혼합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점을 찍어서 색채를 내려면 엄청난 인내심과 과학적 방법이 필요했겠죠.
역시나 쇠라는 드가가 ‘공증인’ 이라고 부를 정도로 반듯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만들어 낸 햇살이 탐나는 일요일 오후 풍경.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몸과 마음에도 따스한 햇살이 얼마나 필요한가를 느껴봅니다.

글·이지현(‘예술에 주술을 걸다’ 저자)
※ 글쓴이 이지현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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