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가 로맨틱한 도시로서 빛을 발하는 것은, 삿포로에서 기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오타루’에 그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데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오타루는 수더분한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토록 강렬한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그만큼 수수한 매력을 가진 도시라서 그렇다고 밖에는 말할 길이 없다.
누구나 그곳에 도착하면 로맨스의 묘한 향취를 맡게 되고, (나 같은 사람은) 더 이상 그곳에 혼자 와서는 안 될 것 같은 메시지를 듣게 된다. 향취에 취하고 말기 때문이다.
일 년에 한 번, 2월에 열리는 <오타루의 눈빛 거리 축제>가 열릴 때의 오타루는 특히 빛난다. 이때는 축제가 오타루 시에서 주관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되는데, 모든 시민들이 거리에 얼음등을 만들어 내놓고, 눈을 쌓아 조각이나 동산을 만들고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이 며칠 밤낮 동안 마음을 기울여 그 모든 거리를 꾸며놓았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다 뜨거워지고 마는 것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오타루가 이 세상에서 로맨틱한 도시의 정점이라는 생각을 하고 말았다.
바로 키힌칸(貴賓館)이라는 역사적인 건물을 방문하고 나서였다.
이 건물이 아버지가 하나 뿐인 딸에게 지어 선물한 것이라니 아, 누군가에게 집을 지어 선물한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로맨틱한 일이지 않겠는가.
다이쇼 6년(1918년)에 아버지 마사키치는 딸과 사위를 위해 수많은 목수 장인들을 데리고 여름별장을 짓기 시작한다. 청어 대부호라고도 불렸던 아버지는 대단한 미적 감각의 소유자였던 것 같다. 당시 공사비만 해도 31만엔이었다고 하는데 당시 도쿄 신주쿠의 유명 백화점 건축비가 50만엔 정도인 걸 감안하면 얼마나 호화스러웠을지, 그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별장에 걸맞게 재료선정에도 가히 예술의 경지를 보여준다. 집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뼈대는 사카타에서 대량으로 운반해온 느티나무를 썼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음새가 없이 이어진 기둥연결용 나무다. 어떻게 이렇게 할 생각을 했을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목재 건축에 있어선 신세계를 보는 듯했다.
재미있는 건 밟기만 해도 휘파람 소리가 나는 듯한 마룻널을 깐 마루였다. 아마도 딸이 휘파람 소리를 좋아했을 거라는 상상을 해본다.
또한 건물의 세 방향에는 정원이 있고, 가족만이 보기위해 만들어진 연못이 딸린 정원이나 소나무와 돌로 이루어진 균형미는 별장의 호화로움과 동시에 이 집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엿보인다.
실제로 청어가 많이 잡히던 시기에는 별장에서 청어 떼가 뭉게구름처럼 하늘을 차지하고 날아 오는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오타루의 초기 경제는 청어로 기반을 잡았다고 해도 될만큼 청어는 주요 산업이었다고 한다. 산란을 위해 돌아오는 청어떼로 인해 바다는 마치 마법이 깃들은 은색의 망토처럼 휘날렸을 것이다. 하늘에는 그것을 좇느라 수를 셀 수 없을 정도의 갈매기들이 망토의 끝자락을 잡으려 저공 비행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고.
아버지는 강한 빛으로 딸을 밝혀주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또 그는 어떤 메시지를 세상에 남기기 위해 이 같은 전설을 만든 것 같기만 하다.
그 사랑, 그 로맨스가 지금의 오타루에 그 낭만의 빛을 내리쬐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선지 오타루는 연인들의 도시임이 분명하다.
오타루에 가면 못 이룬 사랑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것도 저녁이 되면 불빛에 비친 오타루의 거리가 그만큼 완벽히도 로맨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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