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의 노면전차는 1927년 삿포로 시영교통의 탄생과 더불어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다른 교통수단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지만, 전차를 없애고 싶지 않은 시민들의 열망으로 지금까지 생존했고, 그렇게 지금까지 삿포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전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몇 번이고 바라보다가 전차에 오릅니다. 몇 정거장만 타는 게 아니라 종점에서 종점까지 타고 가는 겁니다.
큰길, 중간길, 골목길, 구석구석 사람을 아늑하게 해주면서 멋진 생각을 따라가듯 무언가를 따라가게 만드는 전차랍니다.
덜커덩 덜커덩 소리는 마치 어머니의 자장가로도 들려서 따듯한 햇살이라도 동참하기라도 하면 그만 포근함을 못 견디고 잠시 눈을 감을 때가 있곤 하죠.
그래서 나는 그 편안함으로 삿포로의 전차에 ‘삿포로의 고래’라는 별명을 붙여봅니다. 사람들은 좁은 공간 안에 서거나 앉아 조용히 이야기하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거기에 삿포로의 대표선수인 눈마저 내려준다면 전차 안의 나는 천국의 문을 향해 천천히 향하고 있는 거겠지요.
아날로그형 인간에 가까운 나는 전차를 통해 과거로 돌아가며, 몇 번이고 흐뭇한 웃음을 짓습니다. 맞습니다. 추억은 내 마음 속에서 항상 이 속도로 달립니다.
옛날 우리네 버스처럼 내릴 때 요금을 내는 것 또한 그렇게 마음에 들 수가 없습니다. 정겹다고나 할까요. 사람이 있어 좋고, 내가 사람이어서도 좋고, 뭐 그런 생각들을 하게 만드네요. 그런 단순한 사실들만으로도.
자동차들이 정체되어 있어도 전차는 유유히 달립니다. 30km의 속도로 많은 것을 보여주며 신나게 달립니다. 이 전차가 사라지는 날이 전차가 달리는 속도보다 늦게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쉴 새 없이 빠르게 달리는 요즘 세상에서 조금 천천히 가도 된다며 타일러주는 전차. 그런 마음들을 붙들고 싶어서 사람들은 전차를 타나 봅니다.
이 전차 안에서 많은 커플들이 결혼식을 올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덜컹거리는 소리에 맞춰 행복한 두 사람은 꿈의 박자도 맞추었겠지요. 나는 잠시 하객이 된 것처럼 전차 안에 앉아 바깥과 안의 풍경들을 번갈아 바라봅니다. 이 모든 것이 추억이 될지라도 그냥 곁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저 먼 추억이 아니기를 바라봅니다.
우리 서울에도 아주 짧은 구간이나마 전차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래전 전차가 지금까지 남아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나는 삿포로에서 만나는 오래된 기운들이 좋습니다.
오래된 철학들을 마주하는 것도 같고,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는 기분까지도 가능하게 하니까요. 자, 이제 나는 발걸음 돌려 삿포로 역으로 가려합니다.
그곳에서 도착하는 사람들과 떠나려는 사람들의 얼굴을 구경하면서 역이 쏟아내고 삼키는 인연들에게 잠시 작별인사를 고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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