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추락’ 지상파 음악프로 시청률, 순위제 부활로 살아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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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9일 03시 00분


지상파 3사의 간판 음악 프로그램들. 왼쪽부터 KBS ‘뮤직뱅크’를 진행하는 배우 이장우와 가수 유이, MBC ‘쇼! 음악중심’의 소녀시대 멤버 서현 티파니 태연, SBS ‘인기가요’의 진행자인 가수 황광희 아이유, 탤런트 이현우. KBS, MBC, SBS 화면 캡처
지상파 3사의 간판 음악 프로그램들. 왼쪽부터 KBS ‘뮤직뱅크’를 진행하는 배우 이장우와 가수 유이, MBC ‘쇼! 음악중심’의 소녀시대 멤버 서현 티파니 태연, SBS ‘인기가요’의 진행자인 가수 황광희 아이유, 탤런트 이현우. KBS, MBC, SBS 화면 캡처
한때 가장 뜨거운 프로그램이었던 지상파 간판 음악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지난주 KBS ‘뮤직뱅크’(금 오후 6시 10분) 시청률은 2.4%, MBC ‘쇼! 음악중심’(토 오후 3시 55분)은 2.5%, SBS ‘인기가요’(일 오후 3시 30분)는 3.5%였다(AGB닐슨 전국 기준). 중장년층을 위한 KBS ‘가요무대’ 시청률이 10% 안팎이고, 늦은 밤 방영되는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2%대임을 감안하면 메인 음악 프로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성적이다.

방송 3사가 시청률 회복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집계의 공정성 논란 끝에 폐지됐던 순위제의 부활이다. SBS ‘인기가요’는 8개월 전 폐지했던 순위제를 17일부터 다시 운영하기 시작했다. 음원 판매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조회수 및 코멘트 수, 모바일 앱을 통한 시청자 투표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산출한다. MBC ‘쇼! 음악중심’도 다음 달부터 순위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2006년 1월 폐지한 지 7년만이다. KBS ‘뮤직뱅크’는 디지털 음원과 음반 판매량, 방송 횟수, 시청자 선호도를 합산해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순위제로 시청률이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1980, 90년대만 해도 지상파 방송사 음악 프로의 가요 순위는 절대적인 권위를 자랑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의 도래로 가온, 멜론 등 대안적인 음원차트가 많이 생겼다. MBC ‘쇼! 음악중심’의 조욱형 PD는 “정보 접근이 제한적이었던 인터넷 이전 시대가 음악 프로의 전성시대였다”며 “그땐 순위 발표 때 두근두근 ‘쪼이는’ 맛이 있었는데 지금은 차트가 많아 쉽게 1위를 예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청 패턴도 달라졌다. 팬들은 TV 앞에 앉아 좋아하는 가수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고화질 영상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 것만 따로 챙겨보고 소장한다. 본방을 챙겨 보더라도 방송이 끝나기 10분 전 자신이 좋아하는 메이저 가수들이 나올 때 잠깐 시청하는 정도다. 비슷비슷한 가수들이 나오는 댄스 퍼포먼스 위주의 포맷도 음악 프로가 외면 받는 이유다. 임진모 음악평론가는 “10, 20대의 강력한 팬덤에만 기댄다면 시청률을 올릴 수 없다. 나이 먹은 사람들도 볼 수 있게 세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지상파 음악 프로 추락의 또 다른 큰 원인은 신뢰도 하락이다. 팬들은 지상파 음악 프로의 순위 결과를 기다리지 않을 뿐더러 음악 프로의 순위가 다른 음원 차트 순위와 차이가 나면 “돈 많은 기획사에 유리한 것 아니냐”며 공정성을 의심한다. SBS ‘인기가요’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SNS 조회수 등을 감안해 순위를 매기지만 이는 노래가 혹평을 받더라도 화제만 되면 순위가 올라간다는 맹점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형 기획사들은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 콘텐츠를 퍼나르는 인터넷 바이럴 마케팅 회사를 고용해 SNS 지수를 높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차우진 음악평론가는 “지상파 음악 프로 순위제가 폐지됐던 건 PD들이 기획사로부터 상납을 받는 폐단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라며 “새로운 산출방식이라고 해도 순위제는 (대형 기획사에 유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지상파 음악프로#시청률#순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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