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손님이라도 주인이 먼저 아는 척 해선 안 되고 손님 얼굴을 직접 쳐다보는 게 금기시 되는 곳. 모텔이다. 소설 ‘에메랄드 궁’은 모텔을 배경으로 이합집산 하는 변두리 삶에 대한 이야기다.
갈 곳 없이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채 모텔을 찾은 젊은 연인, 정신 나간 채 ‘잃어버린 딸을 찾아야 한다’고 중얼거리는 여인, 자식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의 도피처로 찾아온 황혼커플…. 그들은 모두 사랑을 찾아 욕망의 아지트 모텔을 찾는다. 남에게 말 못할 비밀을 품고 모텔로 몰려오는 사람들의 삶은 에메랄드 빛처럼 빛날 수 있을까.
각 인물들의 사연을 맛깔나는 문장과 추리적 기법으로 그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마침표까지 한달음에 달려간다. 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26편의 소소한 신경숙표 ‘달빛 이야기’
●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신경숙 지음 l 문학동네)
“패러독스나 농담이 던져주는 명랑함의 소중한 영향력은 나에게도 날이 갈수록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명랑함 없이 무엇에 의지해 끊어질 듯 팽팽하게 긴장된 삶의 순간순간들을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작가 신경숙이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 명랑하고 상큼한 유머 한보따리를 가지고 왔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박꽃처럼 웃다가 문득 마음이 찡해지는 스물여섯 편의 짧은 소설 모음집이다. 일상의 순간순간이 전하는 소소한 기쁨과 슬픔들, 그리고 환희와 절망들이 달빛처럼 스며들어 있다. 읽다보면 신경숙표 감수성에 반하게 된다.
탄생 100주년 화가 김환기의 삶과 예술
● 김환기-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이충렬 지음 l 유리창)
올해는 한국 화단의 3대 블루칩으로 불리는 화가 김환기 탄생 100주년이다.
추상 반추상 미술의 선구자로 수많은 명화를 탄생시킨 김환기의 삶과 예술을 옹골차게 복원한 전기가 나왔다. 이 책에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김환기의 개인사는 물론 파리와 뉴욕시절을 충실하게 담았다.
또한 고가구 백자 항아리 등 평범한 민족예술품을 통해 추상미술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복원했다. 예술적 기질이 넘쳤던 동반자 김향안과의 러브스토리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전기라는 장르를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