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참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해산물을 채집하는 해녀. 차갑고 거친 바다에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뛰어드는 그들의 삶은 척박한 제주도민의 삶 그 자체였다. 해마다 음력 2월이 되면 제주 해녀들은 영등신(꽃샘추위를 몰고 오는 바람의 신)을 맞이하고 보내는 굿을 벌인다. 영등굿이다. 그중에서도 제주시 건입동에서 열리는 칠머리당 영등굿의 규모가 가장 크다. 이 칠머리당 영등굿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해녀 엄마를 둔 영이는 영등굿을 설레며 기다린다. 엄마와 아줌마들이 제물을 구하려 바다에 뛰어드는 것을 신기하게 관찰하던 영이는 영등굿을 한바탕 잔치로 여겨 들뜬다. 하지만 정작 굿이 열리자 영이는 엄마를 비롯한 해녀 아줌마들이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비는, 진심 가득한 기도를 듣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영이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영등굿의 진행 과정을 영이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해녀와 전통 굿에 대해 얘기하기 좋은 책. 제주의 억센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선 굵은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최미란 씨는 ‘돌로 지은 절 석굴암’으로 2010년 볼로냐 아동도서전 라가치 상을 받은 실력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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