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 사람 안 보고 살기 힘들다. 매일 뉴스에 그의 행동과 발언이 거의 실시간으로 소개된다. 주요 2개국(G2)을 넘어 세계 최강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지도자 시진핑(習近平·60) 얘기다.
시진핑은 14일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국가주석으로 공식 선출됐다. 당·정·군을 장악해 명실상부 중국 최고의 권력자에 오르며 ‘시진핑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후진타오의 뒤를 이을 차기 지도자로는 ‘후 주석의 황태자’로 불리는 리커창이 유력했다. 하지만 2007년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단에 시진핑이 권력서열 6위로 진입하며, 리커창(7위)을 제쳤다. 국내 언론이 시진핑에 본격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 생각이 달라진다. 시진핑이 얼마나 오래도록 음지에서 ‘대권’을 꿈꿨으며, 중국 인민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아 왔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시진핑을 모델로 한 정치소설이다. 아직 중앙 정치에 입문하지 못했던 30여 년 전 젊은 시진핑을 그린다. 칭화대 화학공정과를 졸업한 시진핑은 1982년 허베이 성 정딩 현에서 지방근무를 시작한다. 소설은 30대 초반의 젊은 시진핑이 현 서기로 부임한 뒤 비리와 관료주의에 물든 토착세력을 개혁하는 과정을 그린다.
저자는 시진핑의 정딩 현 서기 시절에 대한 기사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1986년 이 책을 발표했고, 제1회 ‘인민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은 같은 해 중국중앙(CC)TV가 12부작 TV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했다. 놀라지 마시라. 시청률은 무려 92%였다. 중국 인민에게는 이미 약 30년 전에 시진핑이 겸손하고, 개혁적이고, 추진력 있는 차세대 지도자로 각인됐던 것이다.
소설의 구조는 단순하다. 베이징에서 온 젊고 유능한 새 서기 리샹난(시진핑)은 쏟아지는 민원 해결에는 무관심하고 자기 잇속만 챙기는 관리들을 색출해 징계한다. 부패 관리의 수장 격이자 부서기인 구롱은 리샹난에게 불만을 품은 관리들을 모아 반격에 나선다. 리샹난이 기존 관리들의 성과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한다고 상부에 상소를 올린 것. 결국 리샹난은 파면될 위기에까지 몰린다.
리샹난이 보여주는 정치는 거의 이상향에 가깝다. 수년 동안 해결이 안 됐던 민원을 단 3일 만에 처리하거나 헐벗고 굶주린 인민들의 하소연에 일일이 귀를 기울인다. 외압이 있어도 꿋꿋이 소신을 지킨다. 심지어 리샹난은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다. 너무 완벽한 인물이기에 비현실적으로 다가올 정도. 게다가 비슷비슷한 부패 척결 사례들이 연달아 이어져 나중에는 지루하다.
이 소설은 소설 외적인 것에서 재미를 느껴야 할 듯하다. ‘중국인의 눈에는 지금도 시진핑이 리샹난으로 보일까’ ‘리샹난의 결단력과 개혁적 성향이 지금의 시진핑에게서 나올 수 있는가’ 등의 생각을 떠올리면서. 어쨌든 범람하는 시진핑 관련 서적 중에서 중국 인민들에게 시진핑이 어떤 인물로 각인돼 있는지 살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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