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X파일의 X파일]고발프로 제작진은 괴로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30일 03시 00분


업체측의 접촉 시도… 계속 피하느라 진땀, 한해 항의방문 50건

27일 오후 ‘먹거리 X파일’ 정회욱 책임PD의 휴대전화는 기자와 만난 30분 동안 6번 울렸다. 일곱 번째 수신음이 울리자 정 PD가 마침내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었다. “죄송한데 일 때문에 먼저….”

정 PD는 계속되는 회의와, 전국 각지에서 현장을 누비는 취재팀의 보고를 받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하루 평균 100통 정도의 전화를 받는 것 같아요. 각 팀에서 취재 상황을 수시로 보고하니 얼마 전엔 자반고등어와 전복죽 취재 보고를 헷갈려 ‘왜 또 전화하느냐’고 호통 친 적도 있죠.”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직장 상사인 이영돈 채널A 상무와 40명의 제작진 사이에서 업무를 조율하고 아이템을 최종 선정하며, 취재 내용을 확인하고 추가 취재를 독려하는 것이 그의 몫이다. 정 PD는 “‘먹거리 X파일’ 팀은 채널A의 사회부”라고 했다. 정 PD는 신문으로 치면 ‘시경 캡(서울지방경찰청에 출입하는 사회부 경찰취재팀장)’ 정도 돼 보였다.

제작진 40명은 9개 팀으로 나뉘어 움직인다. 각자 아이템을 잡아 전국으로 취재를 다닌다. 사무실이 가장 붐비는 시간은 매일 오후 11시부터 밤 12시 사이. 현장 취재를 마친 팀원들이 그날 취재 내용을 정리하고 회의를 하는 시간이다. 근무 시간이 길다고 해서 특별히 수당이 많은 것도 아니라는 게 정 PD의 얘기다.

비슷한 고발 프로그램들이 많아진 탓에 아이템 보안이 중요해졌다. 정 PD는 “때로 중요한 아이템을 취재하는 팀에는 제작진 내 다른 팀과도 그 내용을 공유하지 않도록 한다”면서 “이 때문에 같은 아이템을 여러 팀에서 동시에 내놓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프로그램 잘 봤다’ ‘방영된 착한식당이 어디냐’는 훈훈한 시청자 의견만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제작진은 항의전화와 내용증명에 노이로제를 넘어 면역이 돼 있다. 정 PD는 “관련 업체의 내용증명 발송과 항의방문이 1년 사이 각각 50건 이상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한번 만나서 얘기하자”는 업체 관계자들의 접촉 시도는 주로 이 상무와 정 PD에게 집중된다. ‘취재 중, 방영 전에는 어떤 업체의 누구와도 따로 만나지 않는다’는 게 ‘X파일’의 철칙이다.

취재에 들어가면 먹거리 업체에는 일대 비상이 걸린다. 최근 한 자반고등어 제조업체는 제작진이 취재에 착수하자 대규모 기자간담회까지 열어 위생적인 공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제작진의 취재 결과 문제가 없는 업체로 밝혀졌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업체의 움직임이 감지될수록 취재팀은 더 신경이 쓰인다. 현장 취재를 이중삼중으로 하는 한편 식재료 성분을 정밀 분석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X파일’ 팀은 여러모로 ‘전투력’을 키우는 채널A의 스파르타 훈련소 역할을 톡톡히 한다. 가장 힘든 부서로 악명이 높다. “채널A 사내 인사 때 ‘X파일’ 팀으로 발령 나면 ‘군장 메고 들어간다’는 표현을 써요. 군대로 치면 유격훈련 받으러 가는 느낌 정도?”

그렇다면 ‘X파일’에서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나면? “쟤, 전역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먹거리X파일#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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