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전시실에 오직 금은보화로 만든 작품만이 찬란하게 빛난다. 당대 최고의 재료와 최상의 세공 실력이 만나 탄생한 한국의 명품들이다.
서울 용산구 삼성미술관 리움은 6월 2일까지 기획전 ‘금은보화(金銀寶貨): 한국 전통공예의 미’를 연다. 고대부터 대한제국 시기에 이르기까지 금, 은, 옥, 수정, 유리, 호박을 재료로 만든 공예품 65점이 전시된다. 이 중 9점이 국보, 14점이 보물이다. 이들은 주로 왕실과 귀족의 권위와 품격을 드러내기 위해 만들어져 화려한 장식미가 돋보인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은제도금 주자 및 승반’(12세기 고려)부터 압권이다. 현존 유일의 고려시대 은주전자와 받침으로, 고려 금속공예의 정수를 보여준다. 대나무 줄기를 이어붙인 모양의 몸체 위에 화려한 연꽃과 봉황이 올라간 형상이다. 연꽃의 잎맥까지 보일 정도로 세밀한 표현이 감탄을 자아낸다.
신라와 가야의 대형 고분에서 출토된 금관과 귀걸이, 목걸이, 허리띠는 장식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특히 금과 터키석으로 된 허리띠 고리인 ‘금제 교구’(1세기 낙랑)는 2000년이 지난 지금도 흉내 내기 어려운 누금기법이 돋보인다. 누금(鏤金)은 미세한 금을 방울진 알갱이로 만들어 하나하나 붙이는 장식 기술로, 어른 손바닥보다 작은 허리띠 고리에 누금으로 어미 용 한 마리와 새끼 용 여섯 마리를 표현했다.
높이가 채 20cm도 안 되는 크기에 의상의 세부까지 치밀하게 표현해낸 금동 불상과 보살상들도 눈에 띈다. 국보 80호 ‘금제여래입상’(692년경 통일신라), 보물 927호 ‘금동관음보살입상’(8세기 통일신라), 보물 1047호 ‘금동대세지보살좌상’(14세기 고려)이 전시된다.
전시실 곳곳에 고해상도 모니터를 설치해놓아 세밀한 문양을 확대해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4000∼7000원. 02-2014-6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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