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9∼14일·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올해 국내 발레 공연 중 유일한 신작이다. 게다가 무용수가 120여 명이나 출연하는 대작이다. ‘힌두사원의 무희’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유니버설발레단(UBC)이 꾸준히 공연해왔으나 국립발레단이 무대에 올리는 것은 18년 만이다.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다듬은 볼쇼이 버전으로 국내 초연이다.
‘라 바야데르’는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순수한 무희 니키아, 권력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전사 솔로르, 매혹적이지만 간교한 공주 감자티 간의 삼각관계에서 빚어지는 사랑과 배신을 그렸다.
그동안 5억, 6억 원 선에서 한 작품을 제작해온 국립발레단은 ‘라 바야데르’에 역대 최고 제작비인 15억 원을 들였다. 1877년 원작에 보다 충실한 볼쇼이 발레단의 작품을 본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이 “의상과 무대를 더 섬세하고 화려하게 해보자”고 제안해서다.
국립발레단은 의상 200벌과 작화막(作畵幕·무대 배경을 그린 막) 7개를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이사 스피나텔리에게 의뢰해 현지에서 제작했다. 파스텔 톤을 주 색조로 해서 섬세한 자수와 화려한 장식을 다느라 의상 제작에 3억 원이 쓰였다. 스피나텔리는 “인도 전통의상 사리에서 소재와 장식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작화막도 2배 이상 늘어난 숫자다. 스피나텔리는 무대 대도구를 최소화하고 막 안에 이를 표현하는 스타일이다. 마지막 3막에서 순백색 튀튀(주름 많은 발레용 치마)를 입은 발레리나 32명이 동시에 무대에 서는 군무는 발레 역사상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한 다리를 뒤로 높이 들어올린 채 두 팔을 사선으로 뻗는 아라베스크 동작을 전원이 똑같은 높이와 각도로 해야 하기 때문에 3개월간 연습하고 있다. 많은 인원이 필요한 장면에선 더러 객원을 세우지만 이번에는 전원이 국립발레단 소속 프로 발레리나라고 발레단 측은 설명했다.
니키아와 솔로르 역으로 김지영과 이동훈, 김리회와 정영재, 박슬기와 이영철, 이은원과 김기완 네 커플이 나선다. 감자티 역은 이은원 박슬기 신승원이 돌아가며 맡는다. 김지영은 2007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니키아와 감자티 역을 함께 소화했다. 김리회와 정영재는 2011년 러시아에서 열린 제26회 국제 클래식발레 페스티벌에서 같은 배역을 맡은 적이 있다. 1995년 국립발레단 입단 첫해에 솔로르를 맡았던 김용걸이 니키아의 매력에 빠진 제사장 브라만을 맡는다.
볼쇼이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소로킨 파벨 지휘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반주한다. 9∼12일 오후 7시 반, 13일 오후 2, 7시, 14일 오후 2시. 5000∼10만 원. 02-587-6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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