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만화 지존’ 부담 있지만 각오단단 살빠진 이대호 등 캐릭터 다르게 그릴 것 만화는 만화, 실제 야구계와 혼동마세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부천시 상동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작업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최훈 작가가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기자를 맞았다.
최훈 작가는 8일부터 신작 장편 야구만화 ‘클로저 이상용’으로 스포츠동아 독자와 만난다. 신문지면을 통한 첫 장편 야구만화의 연재를 앞두고 요즘 최 작가는 하루 24시간 작업실을 떠나지 않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 “‘야구만화 지존’ 최훈이 장편 야구만화를 그린다”라는 소식에 팬들의 가슴이 설렐 것 같다.
“온라인에 장편 야구만화를 연재한 적은 있지만 선수들의 이야기가 아닌 스카우트, 프런트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었다. 온라인과 달리 신문연재는 독자와의 약속(마감)을 ‘칼’처럼 지켜야 하는 도망갈 데가 없는 링이다. 각오를 단단히 다지고 있다.”
● 왜 ‘클로저’(마무리투수)라는 소재를 택했나.
“야구에서 마무리 투수란 게 생긴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참 특이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클로저는 말 그대로 이기고 있는 게임의 ‘문을 닫는’ 자리이다. 비록 한 회를 막더라도 그 심리적인 부담감은 엄청나다. 마무리투수를 통해 야구의 ‘전체’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 기대가 큰 만큼 부담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사실 그 동안 야구만화작가로 인정을 받으면서도 가급적 야구만화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야구에 관해서라면 ‘최훈’이라는 이름에 대한 독자의 기대치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 작업은 순조롭게 되어 가는지.
“처음에는 부담이 컸는데 막상 그리다보니 재밌다. 혼자 경기장면을 시뮬레이션하는 걸 워낙 좋아한다. ‘여기서는 이런 타자가 등장하고’, ‘이때 투수는 이런 공을 …’하면서 그리다보면 나도 모르게 흥이 난다.”
● ‘이상용’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캐릭터 이름을 ‘만화스럽게’ 짓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가장 좋아하는 방법은 주변사람의 이름을 빌리는 것이다. 휴대폰에 저장된 주소록을 죽 훑다 보면 ‘이거다’싶을 때가 많다. 몇 명을 후보로 놓고 이름 앞에 ‘클로저’를 붙여 여러 차례 불러보았는데 ‘이상용’이란 이름이 가장 잘 어울렸다. ‘이상용’은 친구 이름이다.”
● 친구한테 허락은 받았나.
“연락이 끊긴 지 좀 됐다(웃음). 혹시 ‘클로저 이상용’을 보고 연락이 왔으면 좋겠다.”
● 장편만화인 만큼 자료수집, 취재량이 많을 것 같다.
“물론이다. 다행히 야구만화를 오래 그리면서 야구계에 지인들이 많이 생겼다. 구단직원, 기자, 선수출신 지인들이다. 궁금한 게 생기면 곧바로 전화를 걸어 물어본다. 현장에 나가 취재를 해야 할 일도 많다. 고생문이 열렸다.”
● 등장인물이나 팀을 보면서 독자들이 ‘아, 이건 누구다’, ‘어느 팀이다’하고 추측할 것 같은데.
“분명히 ‘클로저 이상용’의 캐릭터들은 실제 모델이 있다. 하지만 한 인물에 여러 모델의 특징을 섞어 넣는다든지 외모를 다르게 표현해 독자들이 최대한 알아채지 못 하도록 할 생각이다. 예를 들어 이대호를 모델로 했지만 빼빼마른 몸으로 그린다든지.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다들 눈치 채시더라.(웃음)”
● 독자에게 한 마디.
“작가이기 전에 야구팬의 한 명으로서 정말 즐겁게 그리고 있다. 작가가 즐거우면 독자도 분명히 즐거우실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부탁말씀을 드리고 싶다. 만화는 만화일 뿐이다. ‘클로저 이상용’을 보시고 ‘이것이 우리 야구계의 현실’이라고 너무 믿지는 마시기 바란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