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워 또만나/반또 인물]‘미친 연애’ 블로그 운영하는 최정 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6일 03시 00분


“나쁜남자의 ‘수법’과 女心 여는 비밀번호… 90분 상담에 20만원 받아도 찾아오더라”

인터뷰 중 합석한 지인(창문 안쪽 여성)과 포즈를 연출한 최정 씨.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인터뷰 중 합석한 지인(창문 안쪽 여성)과 포즈를 연출한 최정 씨.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여성잡지 한 코너의 남녀 심리 해설기사나 흐리멍덩한 연애 에세이를 읽으며 고민하던 시절은 갔다. 연애 지침서는 세분화되고 뻔뻔해졌다. ‘여자를 유혹하는 문자메시지 노하우’라는 책도 있다. ‘픽업 아티스트’(이성 유혹의 전문가)라는 신종 직업군이 연애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개인 교습도 해준다.

누적 방문자 2800만여 명인 블로그 ‘미친 연애’(blog.daum.net/njmusician)를 운영하는 최정 씨(37)는 그런 사교육 시장의 특급 강사다. ‘미친 연애’(2011년) 등 그의 책 3권은 5만 부 이상 팔렸다. 이 ‘전문가’는 우리 시대의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지난달 20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자기소개에 ‘여성 900명을 만났다’고 돼 있던데, 다 교제했나.

“같이 잤다는 거다. 지금 여자친구 전까지 한 사람과 제일 오래 사귀어 본 게 40일이었다. 그게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사기를 쳐서 여자의 마음을 얻은 것이다. 그런 생활을 반성하고 싶기도 하고, 여성들에게 ‘나쁜 남자들의 수법’을 알려주고 싶어 블로그를 시작했다.”

―솔직히 잘생긴 외모는 아닌데….

“10대 때 성형외과에 갔는데 의사가 소용없다고 말리더라. 요즘처럼 기술이 좋으면 다 했을 텐데. 그런데 여자는 이성을 보는 방식이 남자와 다르다. 남자는 얼굴 보고 몸매를 보는 식이지만 여성은 먼저 전체를 본다. 그러니까 키나 스타일, 둘 중의 하나만 좋으면 된다. 게다가 잘생긴 남자들의 연애 조언은 별 도움 안 된다. ‘그냥 넘어오던데’라고 한다.”

―후발주자인데도 연애부문 다음 블로그 1위를 차지한 비결은….

“다른 곳은 시시하니까. 내가 독하게 쓰는 부분이 현실이다(그의 조언은 ‘남자들은 99% 외모를 본다, 뚱뚱하면 아웃이다’라는 식이다). 내 진심으로 사랑을 얻는 게 아니다. 상대의 요구를 파악해야 하고, 그러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해 달라’는 말이 제일 싫다. 그런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나보다 못한 사람뿐이다.”

―어떤 사람들이 상담을 받으러 오나.

“연애가 자기 뜻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다. 프로야구로 치면 1군 선수는 자신을 보고 도망가고, 2군만 찾아온다고 여기는 사람들. 상담료는 90분에 20만 원인데 비싸다고 생각진 않는다. 픽업 아티스트 중에는 9박 10일 교육에 350만 원을 받는 사람도 있다더라.”

―여성을 유혹하는 비결은….

“계속 두드린다고 잠긴 문이 열리나. 비밀번호를 알아야 한다. 여성은 100가지 유형이 있다고 보는데, 크게는 5가지다. 한국 여성의 30∼40%인 ‘착하게 도도한 형’은 그냥 노력하면 된다. ‘나쁘게 도도한 형’에게는 수컷 냄새를, 이성과 잘 어울리지만 내실은 없는 ‘활발형’에게는 속마음을 보여줘야 한다. 인간관계가 한정된 ‘울타리형’이 가장 힘든데 천천히 알아가는 게 좋다. ‘백치미형’에게는 칭찬을 해줘야 하는데 그들도 취향이 있다.”

―개인 ‘스펙’은….

“키는 187cm, 아파트가 두 채 있고, 직업은 자산관리사, 월수입은 1500만 원 정도다. 차는 BMW ‘M5’를 타고 다닌다.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돈은 내 힘으로 벌었다.”

‘여자들이 돈 때문에 넘어온 것 아닐까’라는 질문에 최 씨는 “명품백 사 안기는 식으로 유혹하진 않았다”면서도 “남자가 서른이 넘으면 어느 정도 경제력은 있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연애 능력도 결국 경제력인가’라고 물으려다 너무 독한 답이 나올 것 같아 망설였다. 그사이 그는 인터뷰 중 자리에 합석한 미녀 두 명과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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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칼럼니스트#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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