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경제굴기의 중국 “미국과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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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6일 03시 00분


‘중국은 미국에 노(No)라고 말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시대 들어 중국 외교의 기조는 ‘새로운 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로 요약된다. 주요국과의 관계에서 갈등보다는 협력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근저에는 국제사회에서 미국과 동등한 대우를 받겠다는 주장이 깔려 있다.

청차오쩌(程超澤) 전 상하이자오퉁대 교수의 저서 ‘중국은 미국에 노(No)라고 말해야 한다(中國應該對美國說不)’는 이런 흐름을 도발적으로 풀어냈다. 1996년 출간돼 화제가 됐던 쑹창(宋强)의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과 맥락이 닿아 있다. 이번에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회귀에 맞서 중국이 취해야 할 구체적인 전략 전술을 담았다.

저자 역시 미국에 ‘노’라고 할 수 있는 배경으로 경제적 굴기(굴起)를 꼽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구매력 기준으로 2010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51.9%를 차지한다. 2011년에는 중국이 세계 경제 성장에 절반 이상 기여했다. 그는 “인류 발전의 다음 단계는 중국에서 시작될 것”이라고 공언한다.

반면 미국은 전성기를 지났다. 쇠락하는 대국의 선택지는 △군사력으로 신흥 강국의 위협 제거 △보호무역주의로의 후퇴 △경제 재건 방안의 도입 등으로 요약된다. 미국은 군사 행동을 택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그는 중국이 이에 맞서 미국과의 새로운 균형 상태에 도달하려면 중국의 핵심이익을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대만, 시짱(西藏), 신장(新疆), 남중국해,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 열도) 등 중국의 전통적인 핵심이익 외에 석유 확보를 위해 중동과 중앙아시아도 핵심이익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중국이 건국 이후 견지해 온 비동맹 원칙을 재고하고, 유관 국가에 대한 군사원조를 강화해 군사기지를 설치하며, 외국과의 협력을 차등화해야 한다는 각론을 내놓았다.

비동맹 원칙은 1954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천명한 평화공존 5원칙의 정수다. 상호 주권 존중과 불가침, 내정 불간섭 등을 위해 제국주의적 동맹을 맺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동맹 원칙 재고는 중국의 외교 정책을 근간부터 바꾸라는 주문이다. 이는 타국에 대한 군사원조 강화와 기지 건설로 구체화된다.

협력 차등화 주장은 좀 더 노골적이다. 동맹국에 대해서는 관세나 투자, 시장 진입 등에서 과감한 혜택을 주되, 미국에 붙은 반(反)중국 동맹세력에는 경제 혜택을 철회하라는 것.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제안도 흥미롭다. 그는 “한국은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망의 핵심 고리지만 반미 감정이 적지 않다”며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국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일본이 동북아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될 뿐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에 결정타를 날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청 교수의 주장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정부 차원에서 바람을 잡고 있는 ‘신(新)애국주의’의 연장선 위에 있다. 애국주의는 중국 지식인들로부터 숱한 비판을 받고 있지만 ‘바링허우(80後·1980년 이후 출생자)’를 특징짓는 주류 감성으로 자리 잡았다. 저자는 “서방 국가들의 정치 철학도 근본적으로는 애국주의에 기초한다”고 주장한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시진핑#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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