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에서]휴∼ 우수도서 보급사업… 출판계 우려 씻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새 정부 들어 문학에 대한 지원이 줄어드는 것 아닙니까?”

얼마 전 만난 한 출판사 대표는 이런 우려를 털어놨다. 설명을 들어 보니 ‘소외지역 우수문학도서 선정보급사업’과 관련해 사업 주관이 바뀌었고, 3개월마다 하던 도서 선정이 반년에 한 번으로 변경됐다는 것이었다. 사업을 추진했던 한국도서관협회의 ‘문학나눔’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사업이 상반기와 하반기 2회에 걸쳐 이뤄지며 올해부터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으로 주관단체가 바뀌었다’는 간략한 안내문만 떠 있었다.

우수문학도서 선정보급사업은 문학도서 가운데 우수작을 선정해 사회복지시설 아동청소년센터 사설도서관 등에 보내주는 프로그램이다. 2005년에 시작됐으며 지난해에는 3개월마다 55종가량을 선정해 3000곳이 넘는 시설에 보냈다. 작가와 출판사는 일정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고, 소외 시설은 우수 도서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윈윈 사업’이었다.

그럼 사업이 정말 축소되는 것일까. 복권기금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의 지난해 예산은 40억 원. 올해는 39억3000만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예산 가운데 도서 구입에 쓰이는 비용은 지난해 32억 원에서 올해 34억5000만 원으로 올랐다. 예산 대비 도서구입비 비중은 80%에서 88%로 상승했다. 실질적 사업 예산은 인상된 것이다.

선정 기준도 바뀌었다. 국내 문학 단행본에 한정됐던 대상을 번역서와 전집으로 확대했다. 선정 종수도 110여 종에서 160여 종(반년 기준)으로 확대해 더 많은 작가와 출판사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소외지역 도서관에서는 외국 유명 작가의 책을 찾아보기 힘들고, 몇몇 대형 출판사에 수혜가 집중된다’는 동아일보의 지적(2012년 11월 19일자 A23면)을 행정 당국이 반영한 것이다.

아쉬움도 있다. 도서 구입 예산을 늘리기 위해 2005년부터 실시해 왔던 ‘청소년시낭송축제’에 대한 지원을 폐지한 것. 한 해 100여 곳의 중고교에서 학생들이 시 낭송과 연극을 펼쳤던 이 축제의 예산은 한 해 약 1억 원에 불과하다. 급우들과 함께 어울려 시를 읽고, 연극을 하고, 학교를 방문한 시인을 만나는 것은 학창 시절 소중한 경험이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측은 “학교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아쉽다는 말이 많이 나와 시낭송축제를 지속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의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결정이 바뀌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문체부의 입장 변화를 기대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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