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 김주원(35)이 국립발레단을 떠난 뒤 자신의 이름을 건 첫 무대로 ‘마그리트와 아르망’을 골랐을 때, 공연계에서는 ‘영리한 선택’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김주원의 장점으로 꼽히는 섬세한 연기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틱 발레였기에 그랬다.
하지만 ‘김주원의 마그리트와 아르망’(5∼7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은 김주원에게 이제는 춤만 잘 추는 것으로는 관객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체감시켜 준 무대일 듯싶다. 그가 직접 출연하는 동시에 예술감독을 맡았기에 더욱 그렇다.
‘마그리트와 아르망’은 영국 출신의 천재적 안무가 프레더릭 애슈턴(1904∼1988)이 자신의 뮤즈였던 발레리나 마고 폰테인(1919∼1991)에게 헌정한 보석 같은 작품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의 무대는 허전했고 무도회 장면에서 마그리트의 길고 풍성한 붉은 드레스는 무용수의 몸짓을 가렸다. 김주원이 맡은 비련의 여주인공은 아름다웠지만 그 애절한 마음이 객석까지 전해지지는 않았다. 폰테인이 마그리트로 춤추는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요즘 시대에 비교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작품에 앞서 타이스, 랩소디, 어웨이크닝 파드되(2인무)로 꾸민 1부는 전체 소요시간이 30분에 불과했다. 세 개의 파드되 간 연결고리가 없는 데다 이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파드되마다 막을 걷었다 열면서 시간 간격을 두는 바람에 번번이 호흡이 끊어졌다. 무용수들의 연습 부족도 눈에 띄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용과 음악의 불균형이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이중주 또는 피아노 독주 반주에 확성 장치를 쓰는 바람에 무용이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마스네의 ‘타이스 명상곡’과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b단조만 귀에 꽂혔다. 연주자들의 기량은 뛰어났지만 무용 반주가 아니라 독주회 같은 느낌을 줬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