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X파일의 X파일]아이템 급조? 천만의 말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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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팀 동시다발 취재… 소풍철 아이템 잡으면 2월부터 조사 들어가

‘먹거리 X파일’의 정회욱 책임PD는 처음 제작팀에 배정됐을 때 사실 의심을 품었다고 했다.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아도 한 1년 하면 아이템이 동나버리지 않겠어?’

중요한 의심이었다. ‘채널A의 사회부’로 불릴 정도로 고단한 업무를 강행하는 ‘먹거리 X파일’ 제작진이라면 은근히 ‘예스’란 답을 바랄 수 있는, 그런 의심 말이다. 1주년 자축 파티와 함께하는 해피엔딩…. 그러나 이런 행복한 상상은 당분간 현실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한번은 시간이 나서 표를 만들어 봤어요. 아이템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해서.” 중식, 한식, 일식, 양식으로 대분류한 다음 식재료별로 목록을 세분했다. 채소, 육류, 향신료…. 된장, 고추장 같은 양념까지 빼곡히 적었더니 방대해졌다. “목록을 인쇄해서 항목 수를 세어 보니 수천 개가 되더군요. 여러 가지 사정상 못 다루는 것을 뺀다고 해도… 아이코….”

제작진은 아이템의 범위를 완성된 음식에서 그 원료인 식자재로 넓혀 가고 있다. 계란, 김 같은 음식 원료의 경우 그것이 ‘착하려면’ 주산지 지역 구성원의 의지와 노력이 합쳐져야 하고 지역 환경에 대한 인식까지 고려돼야 한다. 그들의 ‘착한 문화’ 전반이 전파를 타면 사회적 파급력도 그만큼 높다.

제작진의 시간은 세상의 시간보다 늘 두 달 이상 앞서가고 있다. 4월에 이미 6월에 다룰 만한 초여름 아이템을 취재하는 식이다. 9개의 팀이 각자의 아이템 취재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방송거리가 어느 날 뚝 떨어질 일은 없다. 정 PD는 소풍철인 5월에 걸맞은 아이템은 이미 2월에 어느 정도 취재를 진행해 놨다고 했다. 제철 음식을 제철에 취재를 시작하면 늦는다. 겨울에 이미 봄나물과 관련된 기본 취재에 들어간다.

‘먹거리 X파일’이 큰 인기를 끌자 여기저기서 비슷한 형식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도 적잖이 생겼다. 원래 있던 고발 프로에서도 먹을거리와 관련된 아이템을 소화하는 일이 늘었다. 제작진은 ‘선도 주자’라는 자부심에 취해 있을 시간이 없다. 오히려 방송 아이템이 겹칠까 봐 노심초사한다. “저희가 취재하고 있던 아이템이 다른 프로에서 먼저 나가는 바람에 방영을 연기한 적도 있었죠.”

‘먹거리 X파일’과 다른 고발 프로를 갈라놓는 가장 큰 차이점은 심층 취재다. “제작 기간이 다른 프로보다 훨씬 길죠. 심층취재는 저희 프로의 철학이에요. 비슷한 아이템을 두고도 늦게 취재에 착수한 다른 방송사 프로가 훨씬 먼저 방영되는 것도 봤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주 다른 프로를 모니터하는 것도 제작진의 업무가 됐다.

다른 프로를 보고 그 내용을 자체적으로 공유할 때마다 ‘먹거리 X파일’만의 차별화된 심층성과 현장성이 재확인되기 때문에 제작진의 자부심과 사기는 도리어 높아진다는 게 정 PD의 말이다.

“비슷한 신생 프로가 나오면 저희들끼리 하는 말이 있어요. ‘보기엔 쉬워 보이지? 한번 해봐라. 아이템 선정하고, 현장 촬영하고, 확증하고…. 이게 얼마나 힘든지. 해봐야 알지!’”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먹거리X파일#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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