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이 되면서 전국이 꽃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트레킹과 캠핑을 즐기기에 좋은 때가 온 것이다.
두 가지를 모두 즐기고 싶다면 ‘백패킹’이 좋은 대안이다. 백패킹이란 ‘야외에서 밤을 지새우는, 캠핑과 하이킹을 합친 활동(위키피디아)’을 뜻한다. 북미 지역에서는 트램핑(tramping)이나 트레킹(trekking), 부시워킹(bushwalking)이라고도 한다.
다시 말하자면 자유롭게 계곡과 산길을 헤매다가 적당한 장소에서 텐트를 치고 쉬어가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가볍게 짐을 꾸려서 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은 인원이 1박 2일로 훌쩍 떠나기에 좋다.
이번 동아일보 주말섹션 렛츠는 두 사람이 함께 떠나는 백패킹 여행의 기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혼자 떠나는 백패킹도 즐겁지만 두 명이 함께 떠나면 즐거움이 배가될 수 있다. 덜 외롭고, 즐거운 대화를 즐길 수 있으며, 개인이 챙겨야 하는 짐의 양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위급한 상황에 대응하기 좋다는 현실적인 이점도 있다.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의 김성기 팀장과 함께 커플 백패킹의 기초에 대해 알아봤다.
백지장도 맞들면 나은데 하물며 짐이야
백패킹은 일반 캠핑과 달리 이동시간이 길다. 한 장소에서 짐을 풀고 며칠간 묵어가는 캠핑과는 다르다. 따라서 ‘떠돌이 여행’에 가까운 백패킹에는 그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다.
김 팀장은 “백패킹의 핵심은 짐의 부피를 최소화하고 경량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꼭 필요한 짐은 챙기되 가볍고 작은 것으로 고르고, 필요 없는 물건은 애초에 짐을 쌀 때 배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출발 전 며칠 일정으로 갈 것인지를 미리 생각하고, 빠지는 것이 없게 꼼꼼하게 짐을 꾸리는 것은 백패킹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빠짐없이 짐을 꾸릴 수 있는 키워드는 ‘의식주(衣食住)’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住)’, 즉 텐트다. 2인용 텐트는 보통 한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을 50∼60cm 정도로 계산해 제작한다. 좌우 폭보다 위아래가 긴 직사각형 제품이 많지만 정사각형이나 돔에 가까운 제품도 있다.
김 팀장은 “부피가 작으면서도 보온, 투습이 확실한 제품을 골라야 한다”며 “초심자라고 기능성이 부족한, 지나치게 저렴한 제품을 선택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설치하기 쉬운 팝업텐트도 괜찮은 선택이다. 단 바람에 잘 견디는지, 방수효과는 확실한지를 잘 살펴봐야 한다. 팝업텐트는 접었을 때 일정한 부피 이하로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백패킹에 들고 다니기 적당한지도 확인해야 한다.
텐트를 선택했다면 그에 맞는 침낭과 매트리스를 고른다. 침낭의 지퍼를 이용해 두 개의 침낭을 하나로 연결해 2인용으로 변신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면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좋다. 봄이나 가을에는 부피가 작은 침낭을 챙기는 게 좋다. 만약 새벽에 지나치게 춥다면 물을 데워서 침낭에 넣고 자는 긴급 처방도 있다.
매트리스는 텐트 바닥 넓이에 꼭 맞는 사이즈의 것을 챙겨야 한다. 요즘 출시되는 초경량 텐트의 경우 머리를 두는 곳과 다리를 두는 곳의 넓이가 다른, 사다리꼴 모양의 바닥을 가진 것이 많다. 이 경우에는 사각 매트리스가 아닌 사다리꼴의 머미(mummy)형 매트리스가 적당하다.
조명기구는 크게 두 가지를 챙겨야 한다. 텐트 안에서 사용할 램프와, 개별적으로 사용할 헤드램프다. 헤드램프는 밤에 움직여야 하는 만약의 상황을 위한 것이다. 램프는 두 사람 중 한 명만 챙겨도 되지만 헤드램프는 개별적으로 챙기는 편이 좋다. 김 팀장은 “헤드램프를 비롯한 비상용 장비는 만약을 위한 것인 만큼 두 사람이 가더라도 각자의 배낭에 모두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서로 에티켓 지켜야 사고도 없다
먹는 것은 다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무게와 부피를 최소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일단 계획에 맞는 식단을 만드는 것이 먼저다. 김 팀장은 아침과 저녁에는 따뜻한 국물이 있는 식사를 하고, 점심에는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는 활동식으로 가볍게 해결할 것을 권했다. 예를 들면 아침과 저녁에는 간편하면서도 몸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떡국을 먹고 점심에는 열량이 높은 초콜릿이 들어간 에너지바 등을 먹는 식이다.
식단을 만들었으면 재료를 사서 꼼꼼하게 준비한다. 끼니별로 재료를 나누고, 양념이나 파, 마늘 같은 부재료는 미리 다 썰어서 지퍼백에 함께 넣어 둔다. 코펠에 넣고 물만 부어 끓이면 되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LNT·Leave No Trace)’라는 백패킹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포장지 같은 쓰레기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커플 백패킹에서는 휴대용 가스버너와 코펠 등을 한 명만 챙겨도 되기 때문에 짐 부피가 적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옷은 그나마 가장 준비하기 쉽다. 특히 1박 2일 정도의 간단한 백패킹이라면 옷을 여러 벌 준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날씨에 맞게 한 벌만 챙기면 충분하다.
단 백패킹 일정에 이른 오전 또는 늦은 오후 시간의 산행이 포함돼 있다면 차가운 바람과 낮은 체감온도에 견딜 수 있도록 보온용 바지와 재킷을 따로 챙겨야 한다. 짐의 부피를 지나치게 키우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도 장갑과 방한모는 꼭 챙기는 편이 좋다. 이외에도 나침반, 구급약품, 등산용 스틱 등도 필수품이다.
짐은 될 수 있으면 배낭에 모두 들어가도록 싼다. 배낭 밖으로 노출했다가 비를 맞거나 외부 장애물에 긁혀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낭은 짐을 모두 넣은 뒤 약간 여유가 있다고 느껴질 정도의 크기의 것을 선택해야 한다. 보통 1박 2일의 백패킹에선 60L 이상의 용량을 가진 배낭이 적당하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지켜야 할 에티켓도 있다. 먼저 짐을 배분하는 배려심이다. 출발 전 백패킹 경험이나 체력 등을 고려해 배낭의 무게를 균등하게 배분할 것인지, 차등적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동할 때도 두 사람 중 체력이 약한 사람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는 편이 좋다. 출발한 뒤 처음 30분은 워밍업을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걸으며 서로 컨디션을 확인하고, 이동 중에도 수시로 서로 이야기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캠핑 장소는 출발 전 미리 선정해둬야 한다. 외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지정 구역 외에서의 야영이 금지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출발 전 도착 장소가 야영이 가능한지 미리 확인해야 밤길을 헤맬 일이 없다. 하루 6시간 이상 걷는 것은 삼가고, 야영 장소나 캠핑장에는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 텐트 설치까지 마칠 수 있도록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한다.
▼ 커플 백패킹 텐트 4선, 눈여겨보세요 ▼
K2 ‘캉첸2’
무게가 950g밖에 되지 않는 초경량 텐트다. 입구 부분에 개인 짐을 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텐트 안쪽에는 여러 개의 수납공간이 있다. 유선형 디자인으로 제작돼 바람에도 잘 견디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원단을 실리콘 가공 처리한 ‘저데니아’ 원단을 사용해 강도를 높였다. 가로 75cm, 세로 220cm, 높이 97cm. 43만 원.
노스페이스 ‘메소 2’
돔 구조의 형태로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환기와 통풍 기능이 우수한 ‘벤틸레이션 시스템’을 사용해 쾌적하다. 내부에는 그물로 된 주머니가 설치돼 있어 작은 용품을 수납할 수 있다. 무게는 1.73kg으로 초심자도 설치하기 쉽다. 가로 128cm, 세로 216cm, 높이 91cm. 39만 원. 영원 ‘이스케이프’
휴대가 간편한 2인용 돔형 텐트다. ‘벤틸레이션 시스템’을 적용한데다 텐트 위쪽에 메시 소재를 적용해 통풍이 원활하고 이슬 맺힘 현상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내부 위쪽에는 램프 받침대가 있어 램프가 떨어질 우려가 적다. 측면에도 별도의 수납공간이 있다. 무게 약 2.5kg. 가로 138cm, 세로 210cm, 높이 115cm. 25만 원.
네파 ‘필드 뷰어 2’
3개의 폴을 이용해 텐트 형태를 잡아 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내수압 2000mm(폭우에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의 원단을 사용해 변덕스러운 기후에 대비한 것이 특징이다. 텐트 사방에 그물 소재를 부착해 통풍기능을 원활하게 했다. 무게 2.55kg. 가로 115∼125cm, 세로 225cm, 높이 110cm. 35만7000원(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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