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 대세는 ‘군대 예능’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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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밤의 새코너 ‘진짜 사나이’는 제대한 지 20년 만에 군대에 돌아온 김수로(오른쪽에서 세 번째)부터 호주 출신 샘 해밍턴(오른쪽에서 두 번째)까지 다양한 참가자의 고생담을 그린다. MBC 제공
MBC 일밤의 새코너 ‘진짜 사나이’는 제대한 지 20년 만에 군대에 돌아온 김수로(오른쪽에서 세 번째)부터 호주 출신 샘 해밍턴(오른쪽에서 두 번째)까지 다양한 참가자의 고생담을 그린다. MBC 제공
브라운관을 물들이는 국방색?

TV 예능계에 남풍이 거센 가운데 ‘군대’가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소재로 부상해 1990년대 인기 군대예능 ‘우정의 무대’나 ‘동작그만’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시작된 MBC 일밤의 새 코너 ‘진짜 사나이’는 방송인 서경석과 샘 해밍턴, 배우 김수로 류수영 손진영 등이 출연해 병영체험을 하는 모습을 24시간 카메라에 담는 리얼리티 프로. 첫 방송부터 시청률이 전작인 ‘매직콘서트’보다 2.3% 높은 7.8%를 기록했다(AC닐슨코리아 전국가구 자료). 프로그램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외국인인 샘 해밍턴이 군대 체험하는 모습이 정말 웃긴다” “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는 등 호평이 많다.

KBS2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나는 아빠다’ 역시 병영문화에 빗대어 육아문제를 다루고 있다. 박성호 홍인규 송준근 김대희 등 아이가 있는 개그맨 4명이 군복을 입고 등장해 아이 키우는 법을 군대식으로 복창한다. 7일 첫선을 보인 이 코너도 개콘 17개 코너 중 시청률 3위(20.7%)를 차지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무용담은 넘치지만 두 번 가긴 싫은 곳. tvN 시트콤 ‘푸른거탑’은 군대예능 부활의 포문을 열었다. CJ E&M 제공
무용담은 넘치지만 두 번 가긴 싫은 곳. tvN 시트콤 ‘푸른거탑’은 군대예능 부활의 포문을 열었다. CJ E&M 제공
군대예능은 케이블 채널이 먼저 시도했다. tvN의 시트콤 ‘푸른거탑’이 대표적인 사례. 이 프로는 지난해 예능 ‘롤러코스터’의 한 코너로 출발했다가 반응이 좋아 올해 초 독립된 프로로 편성됐다. 20∼40대 시청자들이 주로 본다.

군대예능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푸른거탑’을 연출하는 민진기 PD는 군대가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고 설명했다. 민 PD는 “군대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가 관심을 가질 만한 키워드다. 또 한국사회의 위계 서열적인 구조가 군대와 비슷하기 때문에 여성들도 군대 얘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군대예능을 남자들이 대세를 이루는 예능의 새로운 흐름으로 해석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몇 년간 무한도전, 1박2일, 남자의 자격, 정글의 법칙 등 남자들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가 많다. 군대는 남자 예능이 가진 장점, 특히 야생성을 잘 보여주는 소재다”고 분석했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군대예능의 인기에 대해 사회가 보수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진보적인 사회에서는 새로운 소재를 갈구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그런 점에서 군대예능의 부활은 사회의 보수화와도 닿아있다”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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