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예능계에 남풍이 거센 가운데 ‘군대’가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소재로 부상해 1990년대 인기 군대예능 ‘우정의 무대’나 ‘동작그만’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시작된 MBC 일밤의 새 코너 ‘진짜 사나이’는 방송인 서경석과 샘 해밍턴, 배우 김수로 류수영 손진영 등이 출연해 병영체험을 하는 모습을 24시간 카메라에 담는 리얼리티 프로. 첫 방송부터 시청률이 전작인 ‘매직콘서트’보다 2.3% 높은 7.8%를 기록했다(AC닐슨코리아 전국가구 자료). 프로그램 게시판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외국인인 샘 해밍턴이 군대 체험하는 모습이 정말 웃긴다” “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는 등 호평이 많다.
KBS2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나는 아빠다’ 역시 병영문화에 빗대어 육아문제를 다루고 있다. 박성호 홍인규 송준근 김대희 등 아이가 있는 개그맨 4명이 군복을 입고 등장해 아이 키우는 법을 군대식으로 복창한다. 7일 첫선을 보인 이 코너도 개콘 17개 코너 중 시청률 3위(20.7%)를 차지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군대예능은 케이블 채널이 먼저 시도했다. tvN의 시트콤 ‘푸른거탑’이 대표적인 사례. 이 프로는 지난해 예능 ‘롤러코스터’의 한 코너로 출발했다가 반응이 좋아 올해 초 독립된 프로로 편성됐다. 20∼40대 시청자들이 주로 본다.
군대예능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푸른거탑’을 연출하는 민진기 PD는 군대가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고 설명했다. 민 PD는 “군대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가 관심을 가질 만한 키워드다. 또 한국사회의 위계 서열적인 구조가 군대와 비슷하기 때문에 여성들도 군대 얘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군대예능을 남자들이 대세를 이루는 예능의 새로운 흐름으로 해석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몇 년간 무한도전, 1박2일, 남자의 자격, 정글의 법칙 등 남자들이 등장하는 예능 프로가 많다. 군대는 남자 예능이 가진 장점, 특히 야생성을 잘 보여주는 소재다”고 분석했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군대예능의 인기에 대해 사회가 보수화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은 진보적인 사회에서는 새로운 소재를 갈구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그런 점에서 군대예능의 부활은 사회의 보수화와도 닿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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