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북 카페]‘라시다, 아버지들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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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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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시다 前장관의 아이 아빠는 누구?
한권의 풍자 만화책에 佛정가 발칵

요즘 프랑스 정가와 출판계는 26일부터 전국 서점에 모습을 드러낼 한 권의 풍자 만화책에 큰 관심이 쏠려 있다. 만화책의 제목은 ‘라시다, 아버지들의 이름으로(Rachida, aux noms des p`eres)’이다.

라시다는 여성으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라시다 다티 현 파리 7구청장의 이름이다.

‘아버지들의 이름으로’는 지난해 말부터 다티 구청장과 호텔, 카지노 체인을 거느린 뤼시앵 바리에르 그룹의 도미니크 데세뉴 회장 간의 치정 사건을 의미한다.

다티 구청장은 지난해 10월 자신이 법무장관 재임 시절인 2009년 낳은 딸 조라(4)의 친부가 사실은 데세뉴 회장이라며 친권 확인 민사 소송을 냈다. 하지만 데세뉴 회장은 “나는 모르는 일이고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적도 없다”며 “유전자 검사도 할 수 없다”고 버텼다. 하지만 12월 말 법원은 데세뉴 회장에게 유전자 검사를 하라고 명령한 상태다.

유럽의회 의원이기도 한 다티 구청장은 모로코 출신 가난한 일용직 아버지와 알제리 출신 문맹 어머니 사이에서 12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화장품 판매원, 간호조무사로 일하며 고학으로 대학을 졸업한 끝에 법무장관직에 올라 입지전적인 인물로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복잡한 남자관계와 지나친 권력욕으로 2009년 경질됐다. 조라를 낳았을 당시에도 여러 명의 남자를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고 당시 언론은 “다티 씨가 TV 진행자, 장관, 기업 총수, 카타르 검찰총장, 명품 기업 후계자 등 적어도 8명의 남자와 연인 사이였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다티 구청장은 내년 4월에 있을 파리 시장 선거를 앞두고 우파 야당인 대중운동연합(UMP)의 예비선거에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나탈리 코시위스코모리제 전 교통·주택·환경 장관을 시장 후보로 편파적으로 밀고 있다고 비판한 뒤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이번에 나올 48쪽짜리 만화책은 언론인 이브 데레가 글을 쓰고 베르나르 스위센이 그림을 그린 것. 다티 구청장의 복잡한 남자관계를 풍자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만화책에 대해 다티 구청장이 법원에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불거졌다. 다티 구청장은 자신과 딸 조라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출판사를 상대로 10만 유로(1억4500만 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베르사유 법원의 파트리크 앙리보니오 판사는 24일 “만화책은 정치 풍자에 관련된 현행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다티 구청장의 만화책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출판사인 ‘12Bis’의 리샤르 말카 변호사는 “법원의 결정은 논리적”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만화의 구체적 내용을 봐야 하겠지만 네 살배기 딸의 인권이 침해될 수도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라시다#아버지#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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