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캐슬린 김(한국명 김지현·38)은 2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 첫 내한 독창회에서 ‘글로벌 오페라 가수’로서의 역량을 증명해보였다. 그는 2007년부터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오페라 무대에 꾸준히 서왔고, 독일 뮌헨 바이에른 국립오페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세우 오페라 등 유럽 주요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약해왔다.
오페라 아리아로만 꾸민 이번 독창회에서 그는 사랑을 이루리라 다짐하는 아가씨, 기계인형, 첫날밤에 미쳐버린 새 신부를 체화하며 자신의 특기인 화려한 고음과 능란한 기교를 아낌없이 선보였다.
1, 2부의 마지막 곡은 이번 프로그램의 두 축이었다. 1부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중 올림피아 인형의 아리아 ‘작은 새들은 나무 그늘에 앉아’가 캐슬린 김의 현재의 정점을 보여줬다면 2부 도니체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광란의 아리아는 미래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그는 2009∼2010년, 2012∼2013년 시즌 메트에서 기계인형인 올림피아 역을 맡아 “정확한 음정과 화려한 음색으로 올림피아의 아리아를 탁월하게 소화한다”(뉴욕타임스)는 평을 받았다. 대표적인 콜로라투라 아리아로 극 중 기계인형이 부르는 것이기 때문에 고음에서도 한 음 한 음 또렷하게 들리도록 정확해야 한다. 그는 하늘을 찌르는 듯 선명한 고음과 천연덕스러운 인형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캐슬린 김은 “올림피아나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같은 개성 강한 역할은 이제 그만 해야 할 때”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중저음이 발달해가기 때문에 앞으로 로시니 벨리니 도니체티 같은 벨칸토 오페라 쪽으로 경력을 쌓고 싶다는 설명이다.
루치아가 정략 결혼한 남편을 찔러 죽인 뒤 미쳐서 부르는 광란의 아리아는 낭만주의 벨칸토 오페라의 절정으로 꼽히는 장면이다. 캐슬린 김은 격렬한 감정과 광기를 노래에 담아 탁월한 표현력으로 객석을 압도했다. 홍혜경 조수미 신영옥의 계보를 잇는 차세대 소프라노가 앞으로 어떻게 변신해갈지 기대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