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이번엔 美의회 건물이 박살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일 03시 00분


6월 말 국내 개봉 ‘화이트하우스 다운’

《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55)은 통 큰 남자다. 그의 전작들에서는 지각이 다 녹아내려 5대양 6대주의 배열이 바뀌고(‘2012’), 외계 우주선이 쳐들어와 전 세계를 박살내며(‘인디펜던스데이’), 빙하기가 닥쳐 뉴욕 전체가 물에 잠긴다(‘투모로우’). 영화 스케일만큼 수익도 크다. ‘재난 블록버스터’의 귀재인 그가 벌어들인 수익은 30억 달러(약 3조3000억 원)가 넘는다. 이번 영화는 ‘화이트하우스 다운’(6월 말 국내 개봉). 정체불명의 테러리스트 집단이 미국 백악관을 점령해 대통령(제이미 폭스)을 납치하려 한다. 경호원 선발에서 떨어진 케일(채닝 테이텀)이 사건에 얽혀 대통령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는다. 》

홍보를 위해 방한한 에머리히 감독은 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코엑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를 이렇게 소개했다. “이전 영화들과는 조금 달라요. 이번에는 액션 영화입니다. ‘유니버셜 솔저’(1992년) 이후 첫 액션물이에요. 고양이(테러리스트)와 쥐(대통령과 경호원) 사이의 추격전을 담고 있어요.”

그는 ‘인디펜던스데이’에서 외계 우주선의 레이저가 백악관을 박살내는 충격적인 장면을 선보였다. “이번에 백악관은 불타는 정도입니다. 대신 미국 의회 건물이 박살나요. 하하.”

회견에 앞서 약 10분짜리 영화 하이라이트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만 보면 전작들보다는 파괴적 상상력의 규모가 작아 보였다. “물론 ‘2012’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아요. 캐릭터와 액션을 강조했죠.”

대통령으로 나오는 흑인 배우 폭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외모가 흡사하다. “현직 대통령을 그렸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 역할을 두고 폭스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실제로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인 폭스는 ‘오바마의 말과 행동을 흉내 내는 연기는 하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촬영을 시작한 이후 미국 대선이 진행됐어요. 백인 대통령이 나왔으면 실망했을 겁니다.” 그는 열렬한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유독 재난 영화를 많이 만드는 이유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사회가 붕괴하는 영화를 만들 때 재미있는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어요. 사람들은 비상한 사건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언맨’ 같은 영화를 즐기는 게 아닐까요?”

스스로 “내 영화는 너무 애국주의와 가족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고 밝힌 그는 자신의 영화철학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즐거움을 주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지만 그런 영화에서도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미국은 분열돼 있어요. 분열이 계속되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독일 출신인 그는 1977년 뮌헨영화학교에 입학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외신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에는 빔 벤더스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같은 예술영화 감독을 모두가 영웅으로 여길 때였다. 하지만 나는 예술영화보다는 모두가 좋아할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슷한 내용을 담은 안톤 푸쿠아 감독의 영화 ‘백악관 최후의 날’(원제 ‘Olympus Has Fallen’)도 6월 5일 국내 개봉한다. 그는 “이 영화는 북한 테러범들이 백악관을 점령한다는 내용이고, 내 영화는 미국의 분열을 다룬 다른 작품”이라고 둘의 차이를 설명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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