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번역하다 머리에 쥐 날라… 영어 원서, 국어처럼 읽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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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보다 먼저 읽는 영어로 수학, 생물학, 지구 과학, 화학
원서읽기연구소 지음/각권 250쪽 내외/각 1만4000원·이다새

“air mass(기단)란 air(공기)가 오랫동안 한 area(지역)에 가만히 있으면서 earth surface(지표)의 characteristic(성질)을 반영해 형성된, temperature(기온)와 humidity(습도) 등의 atmosphere(대기) 상태가 similar(유사)한 큰 volume of air(공기 덩어리)를 말한다.”

기괴한 문장이다. 흡사 패션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아티스틱(예술적인)한 감성을 바탕으로 페미닌함(여성스러움)을 세련되고 아트적(예술적)인 느낌으로 표현…’ 같은 문장과 뭐가 다를까 싶지만 이 책은 이공계 원서 독해 가이드 책이다.

책은 수학 생물학 지구과학 화학 모두 네 권으로 분권되어 이공계 전공서에 나오는 핵심개념을 습득하도록 돕는다. 영어단어를 우리말 문장에 끼워 넣은 것도 핵심개념을 영어 자체로 습득해 원서 읽기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다.

저자는 소설이나 논픽션이 아닌 이상 번역서를 읽는 것이 영어 원서를 읽는 것만큼 어렵다고 말한다. 오역이나 표현상의 한계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다. 그는 정신적 깨달음을 뜻하는 철학적 용어 ‘오성(悟性)을’ 언급하며 아무리 번역을 잘해도 영어로 읽지 않으면 의미를 100%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 세계의 앞선 지식을 모국어로 습득하기엔 번역량 자체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네 가지 단계로 구성됐다. 장마다 기초용어 확인, 원서 읽기 도전, 영어 문제 훈련, 복습과 추가 지식 코너로 꾸며진다. 기초용어 확인 코너에서는 우리말 문장에 주요 용어를 영어로 표현했다. 원서 읽기 도전 코너와 영어 문제 훈련 코너에서는 똑같은 내용을 한국어와 영어로 표기해 놓아 한국어, 영어 문장을 서로 대조하기 쉽도록 했다. 처음에는 원서에 자주 나오는 전문용어와 기초 표현들을 습득하게 하고, 이것이 어떻게 문장으로 꾸며지는지 영어 원문을 보여준다는 구성이다.

하지만 의문도 남는다. ‘algebraic function(대수함수)’ ‘spherical trigonometry(구면 삼각법)’같이 한국어로만 썼던 전문용어들을 영어 표현으로 익히고 우리말 문장과 영어 문장을 병렬시켜 본다고 한들 이 책이 전공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딱 거기까지다. 영어에 대한 최소한의 문법 설명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어로도 어려운 문장을 영어로 이해하기엔 무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영어#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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