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의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돌아왔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지리학과 교수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저술가다. 1998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책 ‘총, 균, 쇠’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14만 권 가까이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서울대 도서관 대출순위에서 숱한 소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1994년 미 과학전문지 ‘디스커버’에 한글의 우수성을 극찬하는 논문을 실어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생리학 진화생물학 조류학 문화인류학 등 다방면으로 연구 활동을 벌였고 6개 언어에 능숙할 정도로 언어 구사력이 뛰어나다. 때문에 풍부한 연구와 세련된 필력이 버무려진 그의 책은 나올 때마다 화제를 모았다. 필명 ‘로쟈’를 쓰는 이현우 한림대 연구교수는 “저자는 ‘21세기의 다윈’이라 불릴 정도로 넓은 시야와 이론적 토대를 갖췄다”며 “그의 ‘박람강기(博覽强記·여러 책을 널리 많이 읽고 기억함)’는 학자로서 본받아야 할 미덕”이라고 말했다.
그런 다이아몬드 교수의 최신작 ‘어제까지의 세계(The World until Yesterday)’가 9일 국내에서 정식 출간된다. 현지에서 지난해 12월 출간된 이 책은 ‘총, 균, 쇠’ ‘문명의 붕괴’(2005년)와 함께 교수의 ‘문명 대(大)연구 3부작’에 해당한다. 앞선 ‘총, 균, 쇠’가 서구 문명이 궁극적으로 세계를 지배하게 된 이유를 통해 인류 역사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짚었다면 ‘문명의 충돌’은 여러 문명의 위기와 종말을 고찰함으로써 자연 자원을 남용하는 문명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3부작의 완결판이라 할 수 있는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교수는 전통사회로 눈을 돌린다. 위험천만한 현재 세계의 생존 해법을 찾기 위해 알래스카 이누피아크족이나 아마존 야노마모족, 필리핀 아그타족 등 국가 사회 이전의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소수부족들을 살핀다. ‘문명의 붕괴’ ‘어제까지의 세계’를 번역한 강주헌 씨는 “서구 문명이 세계를 지배했다고 모든 면에서 다른 문명보다 우월하단 뜻은 아니다”며 “지속가능한 세계를 만들려면 오히려 전통사회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제시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3권 모두 700쪽이 넘는 분량인 데다 방대한 내용이 담겨 읽기에 수월하진 않다. 하지만 세계적 석학이 오랫동안 공들인 연구과정과 결론을 찬찬히 따라가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올해 3월 특별판으로 재출간한 ‘총, 균, 쇠’에서 ‘한국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게 고안된 문자 체계인 ‘한글’로 책이 번역돼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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