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한 분장 특이한 목소리…
11일 첫 내한공연 하는 英 컬트밴드 타이거 릴리스 e메일 인터뷰
영국의 3인조 컬트 밴드 타이거 릴리스. 왼쪽부터 에이드리언 스타우트, 마틴 자크, 마이크 피커링. LG아트센터 제공
영국의 3인조 컬트 밴드 타이거 릴리스는 스스로의 음악을 ‘브레히트(독일 극작가)풍 펑크 카바레’라고 설명한다.
20세기 초 유럽에서 유행한 카바레 음악(왈츠와 뽕짝을 섞어 놓은 듯하다)에 희비극의 무대 요소를 가미한 타이거 릴리스의 음산한 색채는 카운터테너 창법과 아코디언, 톱 연주, 그리고 영화 ‘다크나이트’의 악역 조커를 연상시키는 기괴한 얼굴 분장 덕이 크다.
빈민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멤버들은 사창가와 동성애, 가학을 다룬 가사도 즐겨 써 왔다. 이들은 ‘이것이냐 저것이냐’(키르케고르), ‘햄릿’(셰익스피어), ‘보이체크(뷔히너)’, ‘성냥팔이 소녀’(안데르센) ‘광기의 산맥에서’(러브크래프트), ‘더벅머리 피터’(하인리히 호프만) 같은 철학, 희곡, 아동문학을 B급 정서로 재해석해 왔다. ‘더벅머리 피터’는 영국의 토니상이라 불리는 ‘올리비에상’ 2개 부문을 수상했다.
11일과 12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첫 내한 공연에서 이들은 영국 시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가 18세기 말 발표한 시 ‘늙은 뱃사람의 노래’를 무대에 올린다. 늙은 뱃사람이 남태평양을 떠돌다 저주에 걸려 겪게 되는 기묘한 체험을 다룬 시에 음악을 붙이고 비주얼 아티스트 마크 홀투센의 영상을 곁들였다. 한국 공연을 기다리며 영국 런던에 머무는 리더 마틴 자크(보컬 아코디언 피아노)를 e메일로 먼저 만났다.
―‘늙은 뱃사람의 노래’를 재해석하게 된 계기는?
“공연을 하며 떠도는 내 삶이 뱃사람과 비슷하다고 느낀다. 집도 없고, 소속감도 들지 않으며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평범한 삶을 누릴 일도 없다. 사실, 이건 고전의 재해석이 아닌 셈이다.”
―기괴한 분장, 음침한 가사, 특이한 무대를 고수함으로써 관객과 사회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어떤 이들은 우리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은 우릴 혐오한다. 누구는 웃고 누구는 울며 다른 이는 (공연장 밖으로) 걸어 나가 버린다. 셋 다 괜찮다. 내가 싫어하는 관객은 어떤 감정도 보이지 않는 수동적인 이들이다. 사람들이 (어떻게든) 반응한다면 예술가로서 성공했다고 믿는다. 내가 하는 걸 모든 사람이 좋아할 수는 없다는 걸 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도발적일 수 있으니까. 첫 한국 공연에서 바라는 것도 관객들이 수동적으로가 아니고 우리 공연을 즐겨 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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