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불편을 팔다/뤼디거 융블루트 지음/배인섭 옮김/336쪽·1만4000원/미래의 창
이케아(IKEA) 관련 책 서평을 쓴다니 의외로 주위에서 관심이 크다. “한국엔 언제 들어와?” “반발이 심하다던데….” “난 뭐 만드는 거에 약해서 별로.” “가격이 착하잖아!”
놀라운 건, 아직 국내엔 정식으로 문도 안 연 이 가구 브랜드(스스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 부른다)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들어오기도 전부터 엄청난 화제였던 애플의 아이폰처럼. 국내에서의 성공 여부를 떠나 도대체 이케아는 왜 이리 주목받을까.
‘이케아, 불편을 팔다’는 어쩌면 제목부터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핵심은 바로 소비자가 받아들일 수 있고, 심지어 기꺼이 즐기고자 하는 ‘불편’을 팔기 때문이다. 자, 이 광활한 매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당신의 보물을 찾아보시라. 낑낑대며 자동차 트렁크에 실었다면, 이젠 땀깨나 쏟아가며 직접 조립해 보라. 그 대신 가격은 어디보다 싸다. 왜? 당신이 직접 만드니까. 그 가구는 아버지 혹은 남편(아내 혹은 독거인일 수도)의 손때가 묻은 당신만의 가구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케아를 흔히 ‘스웨덴산(産) 디즈니랜드’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애들도 좋아할지 의문이나, 어른에겐 환상의 놀이동산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어릴 적처럼 조립장난감을 완성해 보는 기쁨. 게다가 실용성도 탁월하다. 실제로 해외 이케아 매장을 가보면 몇 시간이고 신나서 쇼핑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이케아 ‘복음서’로 취급하면 곤란하다. 오히려 저자 의도와 상관없이, 이케아에 대해 약간 ‘불편함’이 생길 수도 있다. 창업주 잉바르 캄프라드가 어릴 적부터 타고난 장사꾼이었고, 탁월한 현지 적응력이나 뛰어난 위기대처능력을 갖췄다는 용비어천가는 잠시 접어두자. 이케아란 이름은 ‘잉바르 캄프라드 엘름타리드 아군나리드(Ingvar Kamprad Elmtaryd Agunnaryd)’의 약자. 창업주와 자기가 살던 농장, 마을의 이름을 합친 것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이 기업은 지금도 창업주가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1인 기업’ 성향이 강하다. 게다가 캄프라드는 할머니와 아버지가 열렬한 나치추종자였고, 자신도 젊은 시절 히틀러를 숭배했다. 이후 이케아가 포름알데히드를 방출하는 환경문제로 곤욕을 치렀고, 제3세계 아동 노동을 착취한 경력도 있었다는 건 책 속에서 구체적으로 확인하시라.
물론 이케아는 이런 문제를 나름 잘 해결해 왔다. 약점을 덮을 만큼 장점도 많다. 하지만 아이폰을 보라. 그렇게도 열광했던 애플 제품인데 어느 순간 약간 시큰둥해지지 않았나. 이유는 간명하다. 소비자는 변한다. 취향도 제각각이다. 이케아가 이 땅에서도 성공하려면 상당한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그건 그들과 경쟁해야 할 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이케아를 기다리는 소비자나 앞으로 맞닥뜨릴 경쟁사 모두 읽어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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