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산수’ 속에 담긴 운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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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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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기창 화백 탄생 100주년 전

운보 김기창 화백의 자유분방한 해학과 현대적 미감이 돋보이는 ‘바보산수’. 운사회 제공
운보 김기창 화백의 자유분방한 해학과 현대적 미감이 돋보이는 ‘바보산수’. 운사회 제공
“나는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을 불행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 날더러 마지막 소원을 말하라면 도인이 되어 선(禪)의 삼매경에서 그림을 드리는 것입니다.” (운보 김기창 어록 중)

한때는 청각과 언어장애를 이겨낸 한국미술의 거목으로 평가돼 ‘20세기를 빛낸 한국의 예술인’으로 선정됐던 운보 김기창 화백(1913∼2001). 생전에 각종 상을 휩쓸며 금관문화훈장까지 받았지만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친일인사로 분류한 이후 교과서에서 지워지면서 사람들 머릿속에서도 흐릿해졌다.

운보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백년의 꿈’전이 15∼21일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원로 한국화가 오태학 이영복 최재종 심경자를 비롯한 운보의 홍익대 제자들을 중심으로 발족한 운사회(운보를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임) 회원들과 운보가 생전에 후원한 초대작가들까지 50여 명이 참여한다. 운보의 작품 3점을 비롯해 초대된 작가들이 출품한 47점이 전시된다. 무료. 02-736-1020

이번에 전시되는 운보의 세 작품을 보면 평생 다양한 화풍을 시도했던 운보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청록산수’는 운보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녹색을 이용해 호방한 붓놀림으로 자연의 목가적인 풍경을 담았다. ‘바보산수’는 풍경을 과장, 왜곡, 변형해 신선한 파격을 준 산수화. 그가 말년에 “난 세상 물정을 모르는 바보”라며 그린 작품이다. ‘문자도’는 운보가 1960년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지속적으로 시도했던 추상회화다.

이구열 한국근대미술연구소장은 “풍경화, 민화, 추상화까지 운보는 끊임없는 탐구정신과 실험적인 작품 활동으로 동양화의 맥을 이었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故김기창#백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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