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파리스의 사과’를 소재로 한 길이 7m 그림에 원시적 생명력과 관능의 세계가 물결친다. 인물과 나무가 어우러진 캔버스에서 구상과 추상적 요소가 한 몸을 이룬다.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마르쿠스 뤼페르츠(72)가 3년 전 제작한 그림으로, 규모와 밀도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서울 서초동 더페이지갤러리는 3년여 준비 끝에 그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뤼페르츠는 이론을 앞세운 추상회화에 반발하며 ‘회화를 위한 회화’, 거칠고 과감한 표현기법을 핵심으로 하는 독일 신표현주의를 이끈 거장이다. 회화와 조각뿐 아니라 무대디자이너와 시인으로까지 전방위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1988년부터 모교인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재직하면서 젊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전시에선 1980년대 작품부터 2000년 이후 공개한 ‘신화’ ‘목자의 생각’ 시리즈까지 회화 16점, 조각 5점을 볼 수 있다. 인물 형상이나 신화 같은 모티브를 담은 회화와 조각에서 구상 추상을 넘나드는 작업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의 액자까지 물감을 칠하고 브론즈 조각을 색채로 뒤덮는 등 틀을 거부한 작업이 신선하게 느껴진다. 6월 23일까지. 3000원. 02-3447-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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