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조용필’… “음악이란 정말 섹시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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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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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내한공연 갖는 日 국민밴드 ‘안전지대’ 리더 다마키 고지

다마키 고지의 외양은 조용필보다 나훈아에 가까웠다. 큼직큼직한 이목구비와 호탕한 매너. 다마키의 옆자리에 앉은 여기자는 기자에게 속삭였다. “정말… 섹시해요.”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다마키 고지의 외양은 조용필보다 나훈아에 가까웠다. 큼직큼직한 이목구비와 호탕한 매너. 다마키의 옆자리에 앉은 여기자는 기자에게 속삭였다. “정말… 섹시해요.”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우리 이름이 ‘안전지대’잖아요. ‘노래라면 상대를 상처주거나 뺏는 일도 없고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늘 해왔어요. 한국에서 공연하는 날을 고대하면서요.”

1980∼90년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역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린 일본의 국민 밴드 안전지대의 리더인 다마키 고지(55)는 ‘일본의 조용필’이다. 뛰어난 가창력과 작곡력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는 명곡을 수없이 만들어 불렀다. 안전지대는 14장의 정규앨범을 내고 500만 장 이상이 팔렸다. 2003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전, 그들은 국내 음악 팬들에게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해적판만 수십만 장이 팔렸다는 말도 있다.

다음 달 1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3년 만에 두 번째 내한공연을 하는 안전지대의 다마키 고지가 한국 언론과 처음 얼굴을 맞대고 인터뷰하겠다고 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1가의 카페에서 그를 기다리는 기자들은 초조했다. 감정기복이 심하고 예술가적 괴벽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11일에도 연락을 끊고 두문불출했다.

활짝 웃으며 등장한 그는 의외로 유쾌한 사람이었다. 웃을 때마다 부리부리한 이목구비 양옆으로 거미 다리 같은 주름이 깊게 파였다. 밴드 데뷔 30주년 기념 순회공연을 한국에서 시작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아이 ‘라브’ 서울!” 하며 두 팔을 쫙 벌렸다. “(동행한 모델 출신 부인을 가리키며) 결혼 전에 서울에서 데이트도 했죠. 힐튼호텔 방 안에서 휘트니 휴스턴 노래를 계속 함께 들었던 게 기억나요.”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부터 그는 오랜 친한파였다. “도쿄 신오쿠보 역에서 인명을 구한 이수현 씨는 돌아가신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 영웅이에요. 추모곡도 만들었고 지난해에는 그의 부모님도 만나 뵈었죠. (고인이 된) 배우 박용하 씨와도 사이가 굉장히 좋았어요.”

그가 지은 선율은 엠씨더맥스, 포지션, 이수영, 캔이 리메이크해 한국인에게도 익숙하다. ‘프렌드’ ‘와인 레드의 마음’ ‘사랑의 예감’ ‘슬픔이여 안녕’ ‘쇼콜라’(엠씨더맥스 ‘사랑의 시’ 원곡) 같은 뛰어난 멜로디를 계속해 만들어낸 비결은 뭘까.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러브.”

선명한 이목구비와 길게 늘어뜨린 은발. 여전히 섹시하다고 하자 그는 “아내가 있어서 내가 섹시할 수 있다. 음악이란 정말 섹시해야 한다”며 웃었다. “유혹을 잘 못 참는 성격이어선지 결혼을 네 번 했지만 그것도 지금의 부인을 만나기 위한 과정이었는지 몰라요.”

안전지대의 공연 날 조용필도 근처(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다마키는 “조용필 씨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가 안전지대의 ‘와인 레드의 마음’을 부르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순간 이게 그의 곡이었나 착각할 정도로 대단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한국 이후 말레이시아 대만 홍콩 싱가포르로 순회공연을 이어간다.

“요즘 아마추어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음악을 해요. 20대 때 큰 스타디움에서 공연할 때는 정말 앞만 보고 달려갔는데…. 오히려 지금이 가장 좋은 순간이 아닐까. 앞날이 더 기대돼요.”

그는 누군가의 ‘안전지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열네 살 때 처음 안전지대를 만들 때부터 아프리카 난민을 꼭 돕고 싶었어요. 한국 가수들도 저와 노래로 좋은 일을 함께 하면 어떨까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다마키 고지#안전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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