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3세 입단2년 안된 차세대 棋才, 바둑리그 데뷔… 선배 통해 호된 조련
감독들 “성장 돕도록 출전 늘릴 것”
변상일 2단(16) 이동훈 2단(15) 신민준 초단(14) 신진서 초단(13). 입단한 지 만 2년이 안 된 10대 초중반이지만 한국 바둑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재목으로 평가받는 기사들이다.
입단 전후 어린 나이에 기재(棋才)를 인정받은 천재들이기도 하다. 변상일은 진주 출신으로 아마 시절부터 천재로 이름을 날렸고, 신진서 신민준은 지난해 영재입단대회에서 1, 2위로 입단했다.
이동훈은 입단 뒤에도 출신도장인 양천대일에서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공부하는 지독한 공부벌레. 인천실내무도아시아경기대회와 국가대표 상비군 영재부 훈련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바둑리그 챔피언 결정전 최종국에서 떨지 않고 승리할 정도로 배짱도 좋다.
신민준은 최철한 9단이 주도하는 바둑연구모임인 ‘신사연구회’에 나가며, 이세돌 9단에게도 지도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서는 인터넷바둑을 두면서 아마 강자가 된 뒤 충암도장에서 배운 지 6개월 만에 입단한 야전형. 둘 다 싸움바둑이지만 신진서가 개성이 강하고 흔들기도 잘해 이세돌 쪽에 보다 가깝다는 평(한종진 넷마블 감독).
이들 중 이동훈을 뺀 3명은 올해 초 경남 합천군이 마련한 ‘영재-정상 대결’이라는 이벤트 대회에서 이세돌 박정환 최철한과 겨룰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일종의 봐주기였다. 하지만 올해 모두 바둑리그 소속 선수로 발탁되면서 이들은 선배들에게 호되게 단련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상훈 감독(티브로드)은 한 인터뷰에서 “새싹은 밟아줘야 큰다”는 새싹론을 펼쳤다. 겨울에 보리 싹이 웃자라 얼어 죽는 것을 막기 위해 밟아주는 것처럼 선배들이 최선을 다해 밟아주는 게 키워주는 것이고, 한국 바둑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다는 말이다.
그 말대로 이 감독은 바둑리그 1라운드에서 신민준을 상대하는 안국현 4단에게 특별주문을 했다. ‘독하게 두라’는 것. 신민준은 심하게 밟혔다. 신진서도 1라운드에서는 목진석 9단에게 이겼으나 2라운드에서 이지현 3단에게 호되게 당했다. 변상일은 온소진 8단과 이창호 9단에게 ‘가르침’을 받았으며, 3라운드에서야 김세동 4단에게 승리했다. 이동훈도 GS칼텍스배 8강전이라는 큰 무대에서는 조한승 9단에게 패했다.
이들은 밟히면서도 금세 회복하고 있다는 게 바둑계 주변의 말이다. 이동훈과 신진서는 선배들을 제치며 천원전 본선에 올랐다. 바야흐로 16명 정도가 겨루는 본선무대에도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김성룡 포스코켐텍 감독은 “4명 모두 천재이지만 중국의 같은 또래에 비해 아직은 특출나게 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냉정히 보면 이들은 현재 바둑리그 3∼5지명(랭킹 17∼40위)급”이라면서 “역시 어릴 때 천재 소리를 들어온 랭킹 15위 내 강자들을 하루빨리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는 ‘2판 1미’라고 불리는 판팅위(范廷鈺) 9단, 판윈뤄(范蘊若) 4단, 미위팅(米昱廷) 4단 등 96년생이 이미 세계 바둑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양딩신(楊鼎新) 3단, 리친청(李欽城) 2단 등 98년생에 2000년생도 치고 올라오고 있다.
한종진 감독도 “감독들이 이들을 실력보다 높은 지명으로 뽑은 것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며, 이들을 자주 기용하려는 것도 빠른 성장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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