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국내에 출간된 주량즈(朱良志) 베이징대 철학과 교수의 ‘미학으로 동양 인문학을 꿰뚫다’(알마)는 동양예술작품 감상의 뿌리가 되는 도교, 선종, 역학, 유교 등 동양사상을 다뤘다. 저자는 “동양예술은 초경험적 세계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서양예술과는 관심의 초점부터 다르다고 강조한다.
신정근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교수는 6권 분량의 ‘동아시아예술미학 총서’(성균관대학교출판부)를 기획해 올해 초 ‘중국 현대 미학사’ ‘의경, 동아시아 미학의 거울’ ‘소요유, 장자의 미학’을 우선 번역 출간했다. 동양학이 국내에 사상 중심으로만 알려진 데서 나아가 예술과 미학의 관점에서 조명함으로써 동양학 전반을 폭넓게 이해하자는 취지다. 학술서지만 대중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쉬운 말로 번역하고 주석을 풍부하게 달았다.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의 신간 ‘궁극의 시학’(문학동네)은 네이버 문학동네 카페에 1년간 연재한 글을 모은 것. 중국의 대표적 시학서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이 영향을 미친 예술작품을 분석한 책이다. 동양미학의 깊이는 유지하면서 이해하기 쉽게 쓰여 연재 당시 회당 수십∼수백 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이 밖에 지난해 말부터 장파(張法) 런민대 인문대학 교수의 ‘장파 교수의 중국미학사’(푸른숲), 중국 미학자 한린더(韓林德)의 ‘한 권으로 읽는 동양 미학’(이학사), 시인이자 철학자인 이성희의 ‘미학으로 동아시아를 읽다’(실천문학사), 임태승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 등의 공저 ‘동아시아예술과 유가 미학’(세창출판사)도 출간됐다.
동양미학은 서양미학에 비해 국내 대중에게 낯선 분야지만 동양고전, 동양미술 같은 동양인문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 깊은 이해를 원하는 독자들이 동양미학 입문서를 찾는다는 게 출판계의 설명이다. 수입된 서양학문이 주도하던 국내 학계의 풍토가 다원화되고 동양적 아름다움이 재발견되는 추세도 동양미학 연구를 고무하는 배경이 되었다.
이성희 시인은 “한국 현대예술가들의 작품에는 작가가 의도했든 아니든 동양의 예술정신이 뿌리내리고 있다”며 “현대예술을 서양미학 이론만으로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어 동양미학의 틀로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정교하고 합리적인 근대 서양의 분석이론으로는 ‘무(無)의 미학’ 같은 동양의 아름다움을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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