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프랑켄슈타인/조슈아 퍼퍼, 스티븐 시나 지음/신예경 옮김/440쪽·1만8000원/텍스트
1888년 8월부터 11월까지 10주 동안 영국 런던에서 매춘부 5명이 살해당했다. 해부학에 비상한 지식을 갖춘 범인의 소행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그가 의사였는지 끝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수술용이 아닌 검시용으로 쓰이는 얇고 좁은 칼을 이용한 흔적이 발견돼 많은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살인마’와 ‘의사’는 각각 생명을 죽이고 살리는 자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 책은 ‘살인마 의사’에 주목했다. 60년 동안 사인을 판명하는 검시관이자 법의학자로 살인사건을 조사한 미국 의사인 두 저자는 끔찍한 만행과 잔혹한 살인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했다.
의사 초년병 시절부터 약물과 독약에 집착한 토머스 닐 크림과 의학용 약물을 이용해 살인을 저지른 해럴드 시프먼. 이들은 의사라는 직업과 기술을 이용해 피해자를 방심하게 만든 뒤 손쉽게 살인을 저질렀다.
의사가 연쇄 살인범과 독재자, 테러리스트, 사디스트로 변한 사례는 넘친다. 그러나 의사라고 해서 피해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이유가 특별하지는 않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돈을 노리거나 질투, 성적 만족을 위해 사람을 죽인다. 그들도 신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성격적 결함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차이가 있다면 ‘자비’를 내세운다는 점이다. 과학과 의학 발전이라는 명목을 내세운 의사들은 독재자의 부름을 받아 사람을 살리는 기술을 통제하거나 공포의 도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알카에다와 팔레스타인의 테러 조직에 가담한 의사들이 그 예다.
책은 자극적인 폭로담에만 그치지 않고, 독자에게 의학 윤리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자비 살인’과 안락사, 의료 과실과 살인의 경계 등에 대해 정확하게 판정하기 어려운 현대 의학의 윤리적 갈등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 ‘살인마 의사’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는 범죄학 - 사회심리학 도서들 ▼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케빈 더튼 지음·차백만 옮김·320쪽·1만4000원·미래의 창
뇌과학과 사회심리학을 통해 사이코패스의 내면을 분석한 책. 흥미로운 대목은 외과의사와 연쇄살인범을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하다는 미국 경찰서장연합 관계자의 인터뷰다. 스스로에 대한 과대평가, 뛰어난 설득력, 죄책감 부재와 남을 자기 맘대로 조종하는 성격 등은 정치가나 성공한 경영자들의 기질이기도 하다. 천재성과 일종의 광기를 내재한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이들이 살인마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에서 크게 성공한 사례를 추적했다.
범죄 이야기 전돈수 지음·260쪽·1만3000원·21세기사
20세기 미국과 영국에서 일어난 11가지 특수 살인사건을 소개한다. 인육을 먹은 동성애자, 선한 자선사업가로 활동한 연쇄살인범 등
기괴한 살인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을 포함해 범인의 성장과정을 추적한다. 환자 200여 명을 살해한 영국의 가정의 해럴드
시프먼은 의료기록을 임의로 수정해 모르핀을 과다 투입해 죽이는 수법으로 의사면허를 살인에 악용했다. 그가 일하던 지역의 환자
사망률이 급증한 점을 이상하게 여긴 보건부에 덜미가 잡혔다.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황정하 옮김·436쪽·1만2800원·바다출판사
미국 연방수사국(FBI) 범죄심리분석관으로 일했던 저자의 수사 기록을 엮은 책. 살인자의 심리와 범죄 패턴을 분석하는 프로파일링
기법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다. 살인범의 심리 상태와 가족 관계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 중점을 두어 범인상을 분석한다.
엽기적인 사건의 배후를 촘촘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DNA 연쇄 살인의 끝 김형근 지음·270쪽·1만2000원·글항아리
존 슈니버거는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하고 살인을 저질렀다. 의사로서 윤리의식을 저버린 그는 의학적 지식으로 DNA를 조작해
수사망을 피해보려고도 했다. 내연녀에게 에이즈 균을 주사한 또 다른 의사는 DNA 수사로 검거됐다. 미궁에 빠질 뻔한 잔혹범죄를
해결하는 DNA 과학 수사의 역사를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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